[사회] 얼굴마케팅 '얼굴이 간판이예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05일 15시 19분
`얼굴로 승부한다.'
IMF 시대를 맞아 `얼굴 마케팅'으로 불황타개에 나서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
신용을 상징하는 얼굴을 내걸고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서비스를 보증하는 이른바 `신용 제일주의'로 손님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일부 음식점이나 필방（筆房） 등 전통을 강조하는 업종에서 시작돼 최근들어 경제난이 가속화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서비스 무한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주유소, 카센터, 병원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압구정동의 정경숙 산부인과는 최근 여의도에서 이전하면서 건물 벽에 커다란 간판을 내걸었다.
간판에 원장의 얼굴 사진과 함께 영화 `산부인과'의 의학 감독으로 참여한 경력을 내세우는 독특한 PR 전략으로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병원이 얼굴 마케팅을 시도한 것은 매스컴을 많이 탄 `유명 의사'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 얼굴 사진을 간판에 넣는 것이 병원 홍보에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
정원장은 "의사 가운데 얼굴과 이력을 간판에 넣은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쑥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아 병원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복요리전문점 `서순금류（流）'는 음식맛과 함께 독특한 얼굴 마케팅으로 식도락가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 업소의 주방장이자 주인인 서순금씨（65）는 "서순금류란 상호는 바둑의 우주류처럼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룬 전문가를 뜻하는 말"이라며 "음식에 관한 한 최고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에서 사진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또 서울 왕십리의 장충왕족발, 견지동의 대흥당, 서울 대방 카센터 등도 간판에 주인의 얼굴사진을 넣어 신용과 품질이 있는 업소임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간판 뿐 아니라 명함에도 얼굴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자동차 세일즈맨이나 생활설계사는 물론 최근에는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도 명함에 얼굴사진과 호출기, 핸드폰 번호를 적어 술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회사원 윤상식씨（42）는 "얼마전 우연히 단란주점에 갔다가 여종업원으로부터 사진이 찍힌 명함을 받았다"며 "IMF 한파로 판촉전략도 대담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