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야망의 계절(2)
기사입력 1998년 04월 05일 15시 19분
킹은 진작에 블랙과 붙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찬스를 놓쳤기 때문이다.
블랙이 처음 사파리에 들어와 건방지게 무게를 잡고 있을 때 바우보다 먼저 블랙을 때려눕혔다면 지금쯤 사파리의 주인은 자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발등을 찍고 싶을 만큼 안타까웠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
서열 3위의 `동네 깡패'로 전락하느니 하루라도 빨리 블랙파를 짓밟아야 했다.
자신감과 강박관념이 엇갈린 킹은 졸개들을 데리고 블랙파를 찾아나섰다.
블랙파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킹은 바위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블랙파를 발견하자마자 뛰었다.
`죽여！'
보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까미와 장쇠, 징기스칸 등 킹파 조직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었다.
하나같이 이번 싸움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5월 들어 부쩍 따뜻해진 햇볕을 즐기던 블랙파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혼비백산했다.
킹은 블랙을 찾았다.
바우가 블랙을 일방적으로 깨부수지 못한 만큼 이번에 자신이 KO승을 거두면 바우와의 간접비교에서 앞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우와 블랙 등 각파 보스가운데 가장 암팡진 킹은 빠른 손놀림을 이용해 블랙의 눈을 후벼팠다.
싸움을 시작하자마자 상대의 눈을 공격해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졸지에 눈 앞이 아득해진 블랙은 우선 몸을 피해야 한다고 판단해 내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만큼 발을 딛기도 어려웠다.
블랙은 몇걸음 뛰지 못해 어깨가 찢어지는 통증을 느꼈다.
민첩성이 뛰어난 킹이 뒤에서 덮친 것이다.
킹은 앞발로 어깨를 누르면서 뒷덜미를 물었다.
블랙은 발에 힘이 쫙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