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독오른 현대 비장한 각오
기사입력 1998년 04월 03일 14시 12분
`농구 명가' 대전 현대의 집안 분위기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정규리그에서 99일 동안 선두로 독주했던 현대는 `안방'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뼈아픈 2패를 당해 정규리그 우승팀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
챔피언 `0순위'였던 현대는 기아의 `농구 9단' 허 재의 현란한 개인기에 철저히 농락당하며 오히려 허 재의 `신화 만들기'에 들러리를 선 꼴이 되고 말았다.
사실 현대 신선우 감독은 플레이오프 준결승서 허 재가 손등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지자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뜻밖의 호재에 지나치게 방심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허 재는 전성기의 기량에다 독기까지 품은 `농구 천재'로 돌변했다.
신감독은 지난달 31일 1차전서 박재현 이지승을 교체 기용한 뒤 2차전서는 `야전사령관' 이상민까지 동원시켜 뒤늦게 허 재의 불꽃투혼을 진화하기에 나섰지만 별무효과였다.
특히 2차전（2일）서는 이상민이 허 재를 맨투맨하다가 4쿼터 도중 5반칙 퇴장당하는 치명타를 얻어맞기도 했다.
"2차전서 허 재에게 슛 기회를 열어주며 실수를 유도하는 허허실실작전을 폈던 게 패착이었습니다. 3차전서는 완전히 다른 필승의 수비작전을 펴겠습니다."
4일 오후 2시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지는 3차전을 앞두고 신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허 재 발목잡기의 비책은 `디나이 디펜스（Deny Defense）'.
공격자 앞에서 철저한 강압수비를 펴는 이 작전을 앞세워 허 재의 슛 기회를 사전에 차단, 홈에서 당한 2차례의 패배를 앙갚음하겠다는 각오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