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관전평] 박찬호 최구무기는 강속구
기사입력 1998년 04월 03일 14시 12분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주무기는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다.
변화구는 빠른 직구의 위력을 한층 높이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쓰일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강타선 세인트루이스 카니널스를 상대로 3일 올시즌 첫 선발로 나간 박찬호는 지나치게 변화구에 의존하다 투구 감각이 흔들렸다.
스프링캠프에서 통했던 커브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박찬호는 4⅔이닝 동안 총 9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무려 51개의 변화구를 던졌다.
그러나 제구력에서 문제점이 나타났고, 제리 레인 주심의 판정도 박찬호의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여기에다 카디널스 타자들은 시범경기와는 달라진 자세로 박찬호를 공략했다.
결코 서두르지 않았고, 웬만한 변화구에는 손이 나오지 않아 박찬호의 투구수만 늘어갔다.
결국 4명의 타자에게 풀카운트까지 몰린 끝에 안타 2개와 4구 2개를 내줬고, 스트레이트 4구로 내보낸 타자도 2명이나 됐다.
이날 박찬호가 던진 직구의 최고 시속은 155㎞였지만 제구력이 떨어진 변화구를 무시한채 빠른 공만 노리고 있던 카디널스 타자들은 번번이 파울을 만들거나 안타로 이어갔다.
1회말 맥과이어와의 대결에선 볼카운트 2_1에서 마음 먹고 던진 2개의 커브가 볼로 처리되자 흔들렸고, 4회말 갠트에겐 몸쪽 직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박찬호는 매이닝 위기에 몰리면서도 대량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박찬호는 첫 등판을 통해 강속구 투수에겐 역시 빠른 공이 최고의 무기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