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우리의 노크문화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15시 10분
영어는 실로 형편없는(?) 언어여서 이상하게 발음해야 하는 단어들이 많다.
무릎은 Knee이고 칼은 Knife, 똑똑똑∼ 하는건 Knock인데 K인 `크'발음을 하지 않는다. 영어공부하자는 건 아니고….
문을 두들기는 손신호인 Knock(노크)는 우리랑 서양이 크게 다르다.
우리는 손바닥이 앞으로 향하게 해서 손가락등으로 3번을 `똑똑똑∼！'하는데 비해 서양인들이 노크하는 걸 잘 보시라. 주먹이 앞으로 향하게 해서 손가락 가운데 마디로 두들기는데 4번은 `똑똑똑똑∼！'한다.
노크소리 3번과 4번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점에 있어 우리의 `노크문화'(이런 것에도 문화라는 말을 붙여야 하나)는 서양에 비해 단조로우며 덜 세련된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노크소리가 네 번 나는 동안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특별한 사정(?)으로 옷을 벗고 있다가도 재빨리 원상태 복구가 가능한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 번을 두들겼을 경우 상대의 응답이 있건 없건 문을 열어 젖힌다.
그러다가 봐서는 안될, 그러나 재밌는 것을 보는 수도 있고 그러다가 상대에게 재떨이로 강타를 당하는 불상사도 생긴다.
노크에 익숙지 못한 것은 전통 가옥구조 때문이어서 어쩔 수가 없다.
창호지로 바른 문 앞에서 무슨 노크가 필요한가. 그냥 손가락에 침을 발라 구멍을 뚫은 후 안을 들여다봐서 문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화장실 문도 두들기면 소리가 나는 소재가 아니다. 가마니문 앞에서 그저 헛기침 `허험∼！'을 하면 안에서는 가… 무슨 침을 `퉤∼！'하고 뱉았을 뿐이다.
신혼생활 한 열흘 쯤의 피끓는 부부들에게 노크라는 건 필요한 신호일까?
노크할 시간이 어딨는가！
그러나 아파트의 현관문을 안잠가뒀을 경우 노크도 없이 덜컥 연 자가 치한이라면 큰 일이지 않은가.
새신랑이 퇴근과 동시에 칼같이 집에 당도해 똑똑똑∼！ 노크를 했다.
새색시 "오마나, 자기야앙?"
그런데 새신랑의 양 손에는 꽃다발과 먹을 것등 선물이 잔뜩 들려있다.
밖에서 신랑이 외치는 소리.
"자기야！ 나왔어！ 내가 지금 뭘로 노크하고 있게? 꽝꽝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