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서세원…'] 고향에서 실어 온 웃음과 감동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15시 10분
"내가 밥 많이 먹고 이렇게 컸으니 엄마 빨리 돌아와요."
엄마가 가출한 후 할머니와 사는 아이, 소 값 파동에 주름살이 팬 할아버지, 정리해고된 아들 때문에 눈물 흘리는 할머니. SBS TV `서세원의 좋은 세상만들기'가 오늘날 농촌 구석 구석에 쌓여 있는 사연들을 감동과 웃음으로 빚어내 눈길을 끌고 있다.
도시에 나간 자식에게 부모님이 보내는 비디오 레터 `고향편지', 노인 세명이 스튜디오 대결을 벌이는 `장수 퀴즈'. 그간 안방극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노인을 내세운 코너들이다. 10대 스타들의 말장난으로 `밥벌이'를 하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천지차이.
이상훈 PD는 "농부들의 소박한 웃음을 통해 10∼20대에겐 노동의 소중함을, 30∼40대에겐 고향의 정취를 일깨워주겠다"고 말했다.
사실 기획 당시 `고향편지' 등은 `간 큰' 코너 취급을 받았다. 10대들이 채널 선택권을 점령한 요즘 스타가 안 나와도 `장사'가 되겠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던 것.
그러나 예측과 달리 `고향편지'는 후속 코너인 `스타캅스' 보다 높은 시청률(평균 시청률 20%)을 기록, 노인들이 10대 스타를 이기는 이변을 보여주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연출하지 않은 화면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연출 원칙. 김재덕 작가가 직접 발로 뛰어 촬영지를 선정하면 제작진은 콘티없이 카메라를 달랑 들고 찾아간다.
특별히 연출을 않다보니 뜻밖의 상황이 속출하게 마련. 녹화 중 개를 마구 혼내거나 결혼식에 늦는다며 화를 내는 등. 카메라 앞에만 서면 절로 가식적인 표정을 짓는 도회지 사람들과 대조적이다.
`…좋은 세상만들기'는 이후 충남 안면도 등지를 찾아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을 전한다. 제작진은 "노인들을 희화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출제 문제를 실생활에 관련된 것으로 바꾸고 진행자 멘트에도 세심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