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63)간통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14시 47분
세종18년（1436）. 조정은 처제와 간통한 사대부 이석철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인지 논란을 벌인다. 사헌부는 간통사건을 왕에게 보고한다.
"이석철이 처제인 종비와 통간했는데, 화간에는 남녀의 죄가 곤장 80대로 같으나, 처제와 통간한 자는 보통 간통한 예로 논죄할 수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친족끼리 서로 간통한 법에 견주어, 처제와 통간한 자에게 곤장 100대, 징역 3년에 처하는 형이 옳습니다."
세종은 도승지 신인손을 불러 말한다.
"변계량의 누이동생이 사내 종과 간통해서 탄로나자 죄를 덮으려고 지아비가 모반한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으니 무고일 뿐만 아니라 지아비가 매로 인해 죽었다. 그리하여 아내로서 지아비를 해쳤기 때문에 참형을 당했다.
또 유은지의 누이동생이 승려와 간통하다, 사내 종 셋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모두 죽였다. 그러나 이들이 비록 종일지라도 인명이 중하므로 법으로 다스려 참형에 처했다. 승지 윤수의 아내 조씨는 외사촌 홍중강, 장님 하경천과 통간했으므로 역시 극형에 처했다. 이는 우리 조종（祖宗）께서 형벌을 적당하게 내리고 그릇됨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즉위한 뒤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가 지신사 조서로와 간통했다. 내가 그때 젊고 한창이던 때라, 이를 깊이 미워해 법률보다 더한 형벌을 내렸다.
요즘 유귀수의 딸 유감동이 기생이라 사칭하고 방자하게 행동하고 있다. 또 금음동과 동자는 모두 양가의 딸로서 사촌형과 통간하고, 또는 외간남자와 통간해 풍속을 문란케 했기 때문에, 법률에 따라 죄를 묻고 천인으로 만들었다. 또 안영의 아내는 외사촌 홍양생과 통간하고, 이진문의 아내는 이의산, 양인 허파회와 통간했기 때문에, 모두 법률에 따라 죄를 묻고 서울 바깥으로 쫓아냈다."
세종은 한참 세간의 간통사건을 열거하더니 이윽고 이석철 사건에 대해 언급한다. "지난날 한두가지를 빼고 나머지 형벌은 지금 후회가 되니 이석철에게 선처를 내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비치는 것이다.
조선 양반사회에서도 별별 희한한 간통사건이 생겨 세종의 고민이 여간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간통도 전통'인지 오늘날 후손들이 정말 희한한 작품 하나를 만들어냈다.
아내를 바꿔 섹스해보자는 친구의 농담을 받아들여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이 고소당한 사건이다.
충북 청주에 사는 갑씨 부부는 얼마전 친구 을씨 부부의 방문을 받고 술판을 벌였다. 갑씨가 술에 취하더니 "아내를 바꿔 해보자"고 제안했다. 을씨는 그 제안에 따라 갑씨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갑씨의 아내와 몸을 섞었다.
갑씨는 청주 동부 경찰서에 을씨와 아내를 처벌해달라고 고소했다는데, 마땅한 법적근거가 없다고 한다.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사전 승낙）했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241조의 규정상 간통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종대왕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후손들의 간통사건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