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김선아(1) 친구대타 모델 데뷔 행운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14시 47분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는 CF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선아.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여자'가 아니다. MBC TV 새 수목드라마 `세상끝까지', KBS FM `궁선영의 가요광장' MBC FM `이소라의 밤의 디스크쇼'의 객원 MC 등을 통해 팬들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
미운 오리에서 황금 백조로 변신한 김선아. 그의 눈물과 웃음이 범벅된 무명 시절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하는 96년 여름, 가방 하나 달랑 매고 김포공항에 내렸다. 두근 두근 떨리는 가슴. 방송이라는 새 세계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불안감도 컸다.
초등학교 때 일본으로 이민 간 후 가끔 놀러나온게 전부인 한국. 부모의 반대를 뿌리치고 들어간 대학(미국 인디애나 볼스테이트)을 포기하고 선택한 길인만큼 반드시 `한'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어디 생각대로 일이 풀리겠는가? 한국을 오가며 모델 에이전시와 얼굴을 터 놓긴 했지만 무명은 역시 무명.
시작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갑자기 일이 생긴 친구의 대타로 잡지 카탈로그를 찍은 게 모델 데뷔식. 그 후 부평 이모네 집에서 전철로 출퇴근하며 본격적인 모델 생활에 들어갔다. 한국어보다는 미국어가, 그보단 일본어가 익숙한 내가 좌충우돌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나는 여러모로 튀는(킹카여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눈에 띄는) 존재였다. 일본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키운 패션 감각은 한마디로 부조화의 최첨단이었다. 아무도 안 입을 것 같은 옷들을 맞춰입고 다녔으니 지하철을 타기만 하면 시선 집중!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난 적도 있었다. 신도림역에서 퇴근 인파를 헤치고 간신히 차에 타려는 순간 치마 밑으로 손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잠깐 포착에 능한 이 김선아가 어찌 가만히 있으랴. 그 손을 꽉 잡은 다음 질질 끌고 전철을 탔다. 그리고 사정없이 어퍼 컷 훅훅!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고, 20대 청년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빈 후에야 풀려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하철안 승객들은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마침내 한 아줌마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일제 기립박수!!
그리고 얼마 후, `오버클래스 아이디' 오디션을 보게 됐다. 1∼2년의 춥고 배고픈 시절을 거쳐야하는 다른 모델들에 비해 빠른 성장을 한 셈이지만 CF가 나가기까진 고비 고비를 넘어야 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