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황선홍 발리슛 결승골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02시 00분
`돌아온 황새' 황선홍(30．포항)이 수렁에 빠질뻔한 한국축구를 구해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일본의 위협적인 반격에 가슴을 졸이던 축구팬들도 후반 27분 터진 황선홍의 통쾌한 발리슛 한방에 마음껏 환호했다.
월드컵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 7시 잠실주경기장서 벌어진 2002월드컵 공동개최기념 한－일 친선경기서 전반 40분 이상윤의 헤딩선제골과 후반 27분 황선홍의 결승골로 일본을 2대1로 꺾었다.
황선홍은 대회 MVP까지 거머쥐며 1년 공백끝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로써 한국은 2연패끝에 귀중한 승리를 낚으며 `일본의 덫'에서 탈출, `월드컵 16강'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승리감에 도취하기엔 걸리는 구석이 적지 않았다.
게임메이커의 부재와 한쪽 측면에 의존한 절름발이 공격전술, 수비진의 집중력 해이, 다양한 공격루트의 개척 등은 영원히 숙제로 남았다.
한국은 해외파들을 급히 불러들인 탓인지 호흡을 회복하는데 애를 먹었다.
일본은 그 틈을 여지없이 찌르고 나왔다. 최성용이 일본 공격의 핵인 나카타를 맡았지만 볼이 가는 곳에는 여지없이 나카타가 있었다.
1분 나카타의 기습 터닝슛을 시작으로 공세에 나선 일본은 9분 나카타가 낮게 깔아준 프리킥을 나나미가 20m 지점서 강슛, GK 김병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날 데뷔한 이치카와(19)의 오버래핑도 일본 미드필드의 위력을 더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의 `해외파'들은 저력이 있었다. 초반의 경직된 몸놀림에서 차츰 벗어나기 시작한 하석주－서정원의 왼쪽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막혔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18분 최성용이 MF 오른쪽서 때린 강력한 리턴슛을 시발점으로 공세를 틀어쥔 한국은 홍명보의 능숙한 수비리드와 황선홍－최용수의 위력적인 투톱플레이가 어우러지면서 3∼4차례 잇따라 일본문전을 유린했다.
30분. 홍명보의 만점짜리 스루패스에 이은 최성용의 대각선슛이 골대를 맞고 흘렀다. 불길한 징조처럼 보였다.
35분에는 황선홍의 스루패스를 서정원이 GK와 독대하는 찬스를 엮어냈으나 어이없이 미끄러져 다된 밥에 코를 빠트렸다.
하지만 40분 한국선수들은 관중들의 탄식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최성용이 상대수비수를 의식하며 가볍게 왼쪽으로 크로스패스한 것을 김도근이 전방의 이상윤에게 논스톱으로 연결했고, 이상윤은 이를 오른쪽 코너에 머리로 정확히 쑤셔박았다. 1_0.
그러나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들어 일본은 성난 사자처럼 달려들었다.
5분 나카타의 단독 찬스를 GK 김병지의 재치로 가까스로 무산시킨 한국은 초반 10여분간 완전히 수세에 몰렸다.
9분 나카야마의 강력한 중거리슛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고, 15분 야마구치의 문전 중거리슛은 GK 김병지가 불안하게 쳐냈다.
16분. 왼쪽 루트를 뚫던 소마의 마무리슛이 골대를 맞히고 흘렀다. 안도의 한숨. 하지만 일본은 숨 쉴 여유를 기어코 빼앗아갔다.
17분 야나기사와의 패스를 받은 나카타가 문전에서 논스톱 슛한 것을 달려들던 나카야마가 재빨리 골망에 집어넣었다.
1_1. `3．1절 한_일전'에 이은 나카야마의 2게임 연속골.
하지만 황선홍은 역시 `일본 킬러'였다. 27분. 서정원이 황선홍에게 찔러준 패스가 수비벽을 맞고 높이 오르자 황선홍이 `황새'처럼 날아오르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종료 2분전 야마구치의 슛이 골대를 맞혔지만 결승골의 여운을 깎아내리진 못했다.
[ 잠실＝특별취재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