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관전평] 한국 투지 - 체력 앞서
기사입력 1998년 04월 02일 01시 57분
한국이 투지와 체력에서 앞선 경기였다.
애초부터 정교한 패스워크에 의한 정상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엔 그라운드 컨디션이 너무 나빴다.
그럼에도 일본은 나카타를 축으로한 정교한 패스로 한국 수비를 뚫으려고 했고, 한국은 발빠른 하석주와 서정원 등을 최대한 활용해 `킥 앤드 러시' 작전으로 맞섰는데 결과는 차범근 감독의 작전이 주효했다.
그라운드 컨디션에 순발력있게 대처한 것이다.
한국이 전반 일방적인 주도권을 잡고도 1골밖에 뽑지 못한 것은 다소 유감이다. 체력 소모에 버금가는 `품삯'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격수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었다. 문전에서 찬스가 생기면 달려드는 선수에게 우선권이 있다.
뒷걸음질 치는 불안정한 자세에서는 강한 슈팅이 나올 수 없고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정확성이 떨어져 득점까지 연결되기는 곤란하다.
이는 한－일전의 특성을 감안, 선수 모두가 `한건'을 노렸기 때문이다. 전반 40분 한국의 선취골은 최성용의 재치있는 패스가 시발점이었다.
김도근의 패스는 다소 부정확했지만 이상윤이 포기하지 않고 슛으로 연결한 투지가 결국 `선취골'로 승화시켰다.
최성용의 재치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일본은 최용수－황선홍 공격 투톱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이상윤에게 얻어맞은 우(愚)를 범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최－황 콤비로 상대를 교란하고 2선 공격수들이 골을 노리는 우회 전술을 폈어야 했다. 한국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것은 오른쪽 날개 하석주와 서정원이 쉬지 않고 측면 공격을 한 결과다.
해외파를 총동원하는 등 전력을 풀가동한 한국은 최근 국제 경기에 비해서는 다소 향상된 경기내용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믿음을 주기엔 부족했다.
후반 일본에 허용한 동점골은 전반에 지나친 체력 소모 탓이다. 체력 안배가 문제였던 것이다.
최근 일본에 2연패를 당한 탓인지 대승을 노린게 결국은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이제 일본 축구는 언제나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항상 한국에게 두려운 상대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