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새바람(11)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5시 16분
세라가 사태에 대한 `진상파악'을 마치자 상황은 급변했다.
세라도 암컷치고는 한가닥 하는 `여걸'이었다.
새로운 분위기에 눌려 더이상 맞고만 있을 세라가 아니었다.
주먹을 2번이나 날려도 별다른 저항없이 피하기만 하는 세라를 물컹하게 본 수지는 또다시 3번째 공격에 나섰다.
공격에는 2가지가 있게 마련이다.
권투경기나 싸움처럼 상대방의 역습에 대비하며 하는 공격이 있고, 스승이 제자에게 사랑의 매를 들 때처럼 상대가 전혀 반항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일방적으로 때리는 공격이 있다.
완전히 기선을 제압했다고 판단한 수지는 세라를 샌드백 치듯 때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아무 대책없이 주먹을 뻗었다.
당연히 수비에는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세라는 수지의 주먹을 살짝 피하며 날카로운 발톱을 그대로 휘둘렀다.
수지의 얼굴에 `오선지'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수지는 당황했다.
그리고 황당했다.
`내가 저런 애송이에게 당하다니…'.
얼굴의 상처보다는 자존심이 긁힌 게 더 억울했다.
수지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오직 세라를 죽여버리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수지가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런 주먹이 목표물에 명중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세라는 수지의 주먹을 곡예하듯 살짝살짝 피하며 연달아 수지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시간이 갈수록 수지의 얼굴에 상처가 늘어났고, 황금빛 털 사이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자와 그 틈을 얄미울 정도로 이용하는 자의 승부는 뻔한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의 싸움은 전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음에 안정을 갖고 전투에 임하는 자가 무조건 이기게 돼있다.
물론 사파리를 휘감을 만큼 크게 휘두르는 펀치에 맞으면 누구라도 한방에 쓰러지겠지만 순발력이 뛰어난 세라가 우둔하게 맞을 리 없었다.
시간에 비례해서 수지의 아름다운 가죽은 망가져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