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야구세상] '프로야구단도 자립능력 기르자'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4시 35분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근다.
모든 피로가 말끔히 가시고 세상이 낙원처럼 보인다.
공손한 웨이터가 수시로 들러 최고급 샴페인과 베어물면 단물이 입안에 가득 고이는 과일을 대령한다.
온천을 하면 취기도 빨리 도는 법.
너무나 기분 좋게 취한다.
어느 정도 시장기가 돌면 잠시 온천물에서 나와 풀을 빳빳하게 먹인 린넨 식탁보를 깐 우아한 식탁에서 미식 탐험을 한다.
그러면서도 줄곧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다름아닌 야구 구경이다.
야구장을 굽어볼 수 있는 위치에 이런 위락시설을 갖춰 놓고 돈많은 손님들을 유치한 것이다.
미국같은 자본주의 나라에서 공짜는 없다.
온천을 하고 술한잔하며 야구 구경을 한다면 호사가들은 한번쯤 해볼만한 사치이다.
바로 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미국의 한 프로야구 구단이 개발해 낸 프로그램이다.
프로야구는 모든 것이 돈이다.
그래서 미국의 구단들은 기를 쓰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나 하는 궁리를 한다.
왜냐하면 정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스포츠로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창단을 시킨 점도 없지 않은 야구를 비롯, 우리 프로스포츠와는 달리 미국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구조아래 경쟁력을 갖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역시 모기업의 지원에 힘입고 있으나 우리처럼 언제나 자기업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자립 능력을 갖춘 독립업체로서 구단이 당당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래야 프로 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구단 가운데 적자를 보거나 또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경우, 그 구단은 이쪽저쪽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도 여전히 살아 있다.
얼마전 팔린 다저스가 독립된 구단으로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자생 능력 때문이다.
우리나라 야구 구단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IMF 시대에 구단 역시 찬바람속에 있다.
현재 8개 구단이 한해 평균 100억원의 돈을 쓰고 있는데 해마다 50억원이 넘는 적자 살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 프로야구 구단이 앉아서 돈만 펑펑 썼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한마디로 돈을 벌 궁리는 그다지 하지 않고 쓰는 데만 머리를 돌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모기업에 기대 벌어다 주는 돈을 아끼고 규모있게 쓰면 된다는 안이한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야구의 기업적 쓰임새는 그저 모기업을 돋보이게 하고, 한게임 화끈하게 이겨 회사 주인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허물어지는 대기업이 구단을 내놓아도 영 매기가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모기업의 사유화된 구단이자 경쟁력이 없어서이다.
IMF시대 가장 간 큰 여자가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전업주부'라고 한다.
바로 우리 프로 구단이 그렇다.
`돈버는 여자'가 IMF 시대에 최고 배우자감이 듯 이제 우리 프로 구단도 경영 마인드를 갖추고 `맞벌이'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IMF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