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이휘재(6)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4시 35분
군입대를 결정한 것은 주위의 눈총 때문이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나가 시청자들께 작별 인사를 한 데다, 다시 돌아가서 뵙게 될 아버지에게 민망했다.
"귀하는 똑같은 군인이다！"
훈련소에서 중대장이 한 말은 군생활 내내 귓가를 울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보병으로 자대에 배치받자마자 고참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기다렸데이, 이제서야 오냐, 네가 TV에서 여자들 껴안고 있을 때부터 내 목이 빠질뻔 했다."
고참들은 취침 직전이면 나를 불러 미녀를 안은 소감을 아주 구체적으로 물었다. "XXX는 빵빵하고, XXX는 감칠맛이 납니다."
나는 있지도 않았던 일을 꾸며내 고참들의 입맛에 맞췄다. 군대에 갔다 오신 분들은 내가 어떤 투로 이야기했는지 짐작이 가실 줄 안다. 본의 아니게 내 연애 상대가 됐던 분들께 죄송하다.
다른 부대원과 똑같이 훈련하면서 잔치만 열렸다하면 사회는 내차지였다.
이병 때 한번은 부대가 `노인잔치'를 열었는데 사회를 보라고 했다.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매달렸다. 나는 한 여학생의 귀에 속삭였다. "우유팩에 소주 좀 갔다 줄래?"
그 여학생은 몰래 스피커 뒤에 소주를 갔다 놓았고, 통째로 들이킨 나는 신나게 사회를 봤는데 그때 마신 소주는 꿀보다도 달았다. 술에 취해 대학실기시험을 본 나였으니 얼마나 술이 그리웠겠는가?
26개월의 군목무를 마칠 쯤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전역과 동시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컴백하고 `쇼 토요특급'에도 출연하라는 것이었다.
유학을 계획하고 있던 나는 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래도 활동은 하고 가야지 않겠느냐"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3년전의 인기가 그대로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지만 팬들은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근 난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떠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하고 있다. 13일부터 라디오 DJ도 볼 계획이다. 언젠가는 `돈을 갖고 튀어라'의 박중훈선배같은 역도 해보고 싶다.
고교시절 이후 선택의 갈림길로 들어설 때마다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밖에 해본 적이 없다. 그 덕인지 이젠 새 일을 시작할 땐 자신감이 생긴다. `IMF 한파'로 모두가 위축됐다. 내 주위에도 찜찜한 기분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의 갈림길이든 용기있게 택하시길 바란다. 처음에 한 말이지만 어떤 인생이든 모두 의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 일기를 끝까지 들어준 스포츠조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끝]
*다음호부터 미녀 탤런트 김선아의 청춘일기를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