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왜 60만달러인가 '보스턴 주도 담합의혹'
기사입력 1998년 03월 31일 15시 08분
`야생마' 이상훈（27）이 국제 사기극에 휘말린 것일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요구한 포스팅 시스템（공개입찰방식）을 위해 2차례의 공개훈련까지 치렀지만 최종 낙찰가는 겨우 60만달러.
이 금액은 당초 LG와 2년동안 250만달러로 임대 계약했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다시 써낸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보스턴이 주도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담합한 뒤, 이상훈을 헐값으로 데려가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다 LG의 안일한 대처, 기대 이하의 피칭을 보인 이상훈의 모습까지 겹쳐 한국 최고의 왼손투수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1월 `이라부 파동' 때문에 새로운 협정을 만들기 전까지 자유계약 상태가 아닌 동양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잠정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었다.
그러나 보스턴은 끈질기게 이상훈을 유혹했고, LG는 지난해 12월24일 2년동안 임대료 250만달러와 연봉 220만달러로 이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이상훈의 미국행은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1월17일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 법률소위원회에서 유보 결정을 재확인하자, LG는 부랴부랴 유성민수석부장을 미국에 급파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갈수록 일이 뒤틀리자 LG는 뒤늦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유보 결정과 임대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관행을 잘 알고 있던 보스턴이 거액을 제시한 것부터 의심하게 됐던 것이다.
아무튼 LG는 보스턴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것이 중론.
보스턴의 댄 듀케트단장과 직접 협상하지 못한 채 언제나 레이 포이트빈트 극동담당 스카우트에게만 매달려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종 낙찰가 60만달러를 제시한 보스턴은 이상훈의 연봉도 30만달러선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무지와 보스턴의 농간 사이에서 이상훈의 가치는 무참히 떨어지고 있다.
[이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