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야구보기] 프로스포츠가 사는길 '윈윈전략'
기사입력 1998년 03월 31일 15시 08분
"아무리 강팀이라도 3분의 1은 패하고 아무리 약팀이라도 33.3％는 이긴다. 따라서 우승이냐, 꼴찌냐를 가름하는 잣대는 나머지 3분의 1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감독인 화이티 허조그씨는 페넌트 레이스를 잘 이끌려면 3분법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고 긴 페넌트 레이스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꼭 이겨야 하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버리는 경기가 있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결국 꼭 이겨야하는 경기와 성적을 위해 요리해야 하는 경기 등 66.7％의 경기는 최선을 다하고, 버려야 하는 나머지 3분의 1의 경기는 적당히 치른다는 계산이다.
허조그씨의 이같은 말은 국내프로야구 무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팀당 126게임, 모두 504게임이 벌어지는 국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도 마찬가지다.
경기 내용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겨 최소한 플레이오프의 커트라인인 4강에 오르는 것이 지상과제인 국내 프로야구에서 '지는 경기＝버리는 경기'로 연결되어 왔다.
결국 3분의 1의 버리는 경기는 100％의 포기로 이어진 셈이다.
사실 포기하는 경기는 관중들에게 신바람을 안겨 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고문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96년보다 관객수가 50여만명이 줄어든 작년의 경우를 보자.
페넌트레이스의 절반도 치러지기 전인 6월에 시즌을 포기하는 구단과 선수들이 있었다.
사력을 다하면 충분히 쫓아갈 수 있는 전력을 가졌으면서도 내년시즌에 대비한다는 명목아래 미리 경기를 포기하는 감독들이 대부분이었다.
팬들을 위한 야구를 펼친다고 강조해온 감독들은 야구장의 주인인 관중을 생각하기 보다는 승부에만 집착하는 야구를 해왔던 것이다.
작년시즌 수많은 팬들을 운동장에 불러들이고도 버리는 경기를 해 야유를 받은 구단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관중들의 관심을 유발하기보다는 야구단만의 게임을 해왔던 셈이다.
작년시즌 플레이오프 커트라인 성적인 4위에 오르지 못한 팀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포기한 시즌인데 선수들의 성적이 아무려면 어떠냐"는 말을 했었다.
프로스포츠의 젖줄인 관객이 추구하는 팀과 선수 성적 모두를 포기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구단은 이미 존재가치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은 사고방식은 관객들에게 직결돼 이기는 쪽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만 나머지 한쪽은 패배의 아픔으로 한없이 가라 앉는다.
이기는 상위팀 경기에는 관객이 들지만 하위팀 스탠드는 텅 비는 치명적인 결과가 오게 된다.
관중들도 승패의 구분에 명확해지면서 '냄비형'으로 변모하게 돼 야구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극적인 승부만을 원하게 된다.
작년시즌 꼴찌를 한 롯데의 관중수가 엄청나게 줄어든 것도 진정 프로야구를 즐기는 관중보다는 냄비형 관중을 양산하는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흔히 스포츠를 제로섬 게임이라고 한다.
스포츠에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특히 관중 격감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프로야구는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승승（Win－Win）전략 도입이 절대 필요하다.
승부보다는 다양한 볼거리와 팬서비스, 그리고 알찬 경기내용으로 팬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프로야구를 해야 한다.
승부가 기울었다고 경기를 포기하면서 관중이 다시 야구장을 찾기를 바라는 감독이나 선수들은 없어져야 한다.
올시즌에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프로야구'를 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IMF를 헤치고 프로야구가 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부국장대우 야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