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62)키스 예찬론
기사입력 1998년 03월 31일 15시 08분
동서고금을 통해 키스를 예찬한 시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키스문화가 발달한 서양권 시인들은 오래전부터 키스를 찬미하고 노래해왔다.
고대로마의 카툴루스는 현대의 문학사가들로부터 키스의 주창자로 불리는 시인이다. 그는 다른 시인들이 키스를 성교의 은유로 사용하고 있을 때 키스를 키스 자체로 노래했다는 사실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키스해주오 지금/내게 천 번을 그리고/또 백 번을/또다시 백 번에 천 번을/키스해주오/그렇게 수십만 번을/계속해서 키스해주오/그리하여 당신과 내가/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때까지.'
그의 키스 예찬시 '바바무스(나와 함께 살아주오)'의 한 구절은 이렇게 키스에 관한 탐욕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카툴루스의 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가 1천500여년이 지난 다음 남장여인으로 유명한 루이스 라베에 의해 부활했다. 그녀는 카툴루스의 작품을 훔쳐온듯한 시를 자신의 연인에게 썼다. '좀더 많은 키스를, 내게 그리고 또 키스를/당신의 살내음 깃든 키스를 내게 해주오/당신의 열정이 가득한 키스를 내게 해주오/그러면 행복으로 우러난 내 온몸을 바치리'라는.
라틴계 시인 루크레디스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프렌치키스를 찬미하는 시를 썼다. '그들은 조이고, 그들은 압박하고/그들이 던진 그들의 축축한 혀는/각기 상대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어가네'라는 시와, '우리는 혀로 키스했다/혀를 바짝 다가붙여'라는 시가 그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문인들도 끊임없이 키스를 노래했다.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는 '네, 그래요/키스해주세요/더욱 깊이 키스해주세요'라고,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천 번의 키스는 나로부터 내 마음을 사지요/그 값은 하나씩 하나씩 한가할 때 지불하세요/천 번의 접촉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빠르게 말해지거나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요?/가령, 갚지 않으면 빚이 배가된다고/이천 번의 키스가 그리도 곤란한가요?'라고 노래했다.
그런가하면 도둑키스가 최고라고 주장하는 시편도 적지 않다.
서기 1세기경의 로마군인들은 '반항을 무시하고 빼앗은 것이 아니라면/키스는 정말 별로야'라는 풍자시를 즐겼으며, 19세기의 유명한 난봉꾼 레이 헌트는 '훔친 꿀이 언제나 더 맛있듯이/훔친 키스가 훨씬 더 완벽하다'라는 노래를 남기고 있다.
음란한 키스시로는 1591년에 나온 필립 시드니의 시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달콤한 키스 때문에 그녀는 아직도 나의 별/내가 키스할 때마다 잠든 척하는 그녀는/더 낮은 곳을 원하는걸까'라고 노래했다.
키스를 소재로 한 이색 그림전시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고 있다. 키스를 표현한 미술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는 이번이 국내 처음. 출품작은 25점인데 노골적인 키스장면을 묘사한 것도 적지 않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시로 표현한 키스와 그림으로 묘사한 키스는 어떻게 다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