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대학 무용교육 체질개선 시급하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31일 15시 08분
우리 무용의 질적인 도약을 위해선 대학무용교육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우리 무용교육은 60년대초 무용학과가 대학에 생긴 이래 수많은 무용인들을 배출했지만, 그 숫자에 비례해 국제무대에서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주된 이유는 30년이 넘게 고착된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의 장르별 학과구분속에 장르간 교류가 거의 없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더구나 교수들의 도제식 교육속에 학생들은 자신의 스승 외의 다른 무용인에게 다양한 춤을 배우기가 쉽지 않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대다수 학생들은 한 장르, 한 교수 스타일에만 익숙할 뿐이어서 국제적인 경쟁력 획득은 먼나라 얘기였다.
지난달 국제무대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세 무용가의 공연은 이런 우리 무용교육의 허실을 잘보여 주었다.
3월 12∼13일 손인영씨의 무대. 손씨는 `한국춤의 세계화'를 위해 미국에서 발레, 현대무용을 익히고 나름의 새로운 메소드를 개발, 발표했지만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한국무용수들은 서양무용의 테크닉 수용이 힘들었고, 현대무용 출신은 한국춤의 호흡과 맛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새 메소드를 적용한 사람은 손씨 혼자였다.
3월 19∼20일 안애순씨의 무대. `제6회 바뇰레국제안무가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안씨의 `열한번째 그림자'는 한국전통 그림자놀이인 만석중 놀이를 소재로 전통춤의 춤사위를 해체, 독창적인 춤사위 개발을 시도한 공연이었다.
서양인들 눈에 신선하게 보였을 법하나, 서양 현대무용에 길들여진 컨템퍼러리무용단 무용수들은 우리춤의 깊은 맛을 몸으로 소화해내기에 역부족이었고, 전체적으로 춤이 전통음악의 무게에 눌리는 모양새가 됐다.
3월 19∼22일 열린 안은미씨의 공연은 이 두 공연과는 다르지만 여기서도 장르파괴, 장르간의 교류는 어쩔수 없는 추세임이 재확인됐다.
손인영씨를 비롯한 안무가들은 말한다. "전통춤을 추려면 몰라도, 창작춤을 추려면 전통춤에서부터 발레, 현대무용, 아프리카춤에 이르기까지 춤이라면 모두 섭렵해서 자유자재로 춤을 출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현 대학무용교육 체제 아래선 어렵다."
최근 젊은 창작무용가들의 의욕적인 세계무대진출이 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소수의 개인적인 노력에 그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는 지적이다. 구조적인 개선이 없다면 우리 무용은 영원히 무용인만의 마스터베이션으로 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화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