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절대로 안 짤리는 사람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5시 44분
시절은 바야흐로 떠나는 계절이다.
최백호가 오래전에 외쳤던 절규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가 있어설까. 벌나비 날아드는 봄인데도 떠나고들 있다.
뒤도 안 돌아 보고 군인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가는 걸음이 아니라 자꾸 미련이 남아있는 듯한 표정들이니 그 사연이 궁금타.
떠나는 그들이 남기는 말 또한 알아듣기가 알송달송이다.
평소에 시(詩)를 썼던 이는 `왜 명퇴를 당했냐고 물으면 그냥 씨익 웃지요'할 뿐이고.
이순신 장군을 존경했던 사람은 비장하게 외친다. `내가 퇴직했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서양고전에 밝아 시저를 훤히 아는 사람은 나직이 읊조린다 `도시락을 쌌노라, 회사에 출근했노라, 책상이 없노라…！'
그는 미국의 케네디를 흠모했다지. `내가 왜 잘려야 했던가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회사가 나마저도 버려야 하는 사정을 먼저 이해하자'
한자에 밝은 공자같은 이는 어떤 상황도 다 초월한 듯 입속으로 들릴 듯 말 듯 `아침에 일할 수 있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만 한다.
회사마다 이런 와중인데, 책상을 바닥에 강력본드 아니 산소용접으로 아예 붙여 버렸는지 태풍이 불어도 끄떡이 없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흔들리기는 커녕 칵칵∼ 진급을 하는데 그 속도가 가히 번개와 맞먹을 정도다.
비법이 뭘까 궁금하다.
그는 신입사원으로 들어 온지 정확히 반년만에 입사 동기생들은 꿈도 못꿔볼 대리로 진급을 했다.
가속이 붙었다. 다시 석달만에 과장이 되더니 이번에는 1개월만에 부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그가 이번에는 2주만에 이사가 되었다.
초고속 승진으로 이름을 날린 그가 사장실에 불려 갔다.
사장_"우리 회사 창업 이후 자네같이 유능한 사원은 처음 보네. 계속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해 주게나！"
그러자 겨우 1년도 근무 못한 그 사람 대답하길.
"예,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