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60년대 명동거리 '그때를 아십니까'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5시 44분
60년대의 명동거리가 되살아 났다.
전당포가 눈에 띄고, 삼륜차가 통통배 소리를 내며 인파를 헤쳐간다.
다음달 4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야망의 전설'의 녹화 현장인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의 KBS 오픈 세트장. 100여@ 길이의 세트장에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3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착각에 빠져든다.
`대통령 후보 조병옥박사'의 플래카드가 입구가 걸려 있고, `민속주점 양산박' `평양집 백반' `감로수 다방' `은마 싸롱' `서울 레코드' 등 50∼60대에겐 익숙했던 간판이 빼곡하다. 거리 좌판에선 미제 통조림, 군용 모포, 구두약 칫솔 등이 전시돼 있고 행상들도 투박한 톤의 목도리와 스웨터 차림.
이날 촬영은 다음달 12일 4회가 방송되는 명동거리 신의 첫 녹화.
채시라(인애역)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유동근(정우역)을 기다리다 끝내 발길을 돌리는데 어린시절부터 인애를 사랑해 온 재미 로비스트 이영하(도형역)와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다.
촬영은 매끄럽다. 별다른 NG 없이 3∼4차례만에 완료. 연분홍색 코트를 입은 채시라는 무릎을 살짝 덮은 치마차림. 쑥색 양복의 이영하도 60년대의 의상에 맞췄지만 복고풍 패션이 유행하는 탓인지 요즘과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무엇을 입든 봄꽃같이 아름다운 채시라는 "어릴 때 고모가 끓여준 꿀꿀이죽을 먹어본 적이 있다"며 취재진들에게 살짝 공개한다. 50줄을 바라보는 이영하도 어린시절 생각에 잠기는 표정.
촬영장 입구에 세워놓은 채시라의 검은색 벤츠 자가용과 소품인 삼륜 용달차가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익살스럽게 대비되고 있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