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 '지갑정도는 이제 우스워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5시 44분
"지갑 정도는 이제 우습죠."
소매치기 이승연의 `간덩이'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부어올랐다.
돈많은 여자를 쫓아다니는 건달(김민종)과 사랑을 훔치고 싶어하는 소매치기(이승연)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토요일 오후 2시'(민병진감독_드림시네마 제작)의 마지막 촬영에서 이승연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주말 오후. 이승연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동덕갤러리에 짧은 미니스커트와 까만 선글라스 차림으로 우아하게 들어섰다.
갤러리에는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작품 경매가 한창 진행중이었고, 성장한 미술애호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품을 감상하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멋진 자태로 그림을 둘러보던 이승연의 손놀림은 이들 틈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다.
마주치는 사람의 어깨와 툭 부딪칠 때마다 열렸다가 닫히는 이승연의 핸드백.
곧이어 화장실로 들어간 이승연은 핸드백 안에서 몇 개의 지갑을 꺼내 돈을 빼낸 뒤, 빈 지갑을 화장실 휴지통에 쑤셔박았다.
화면이 바뀌면 장소는 분당 신도시의 고급빌라촌. 이승연은 그중의 한 집의 담을 넘어가 능숙하게 금고를 찾아낸다.
신중한 동작으로 금고의 다이얼 옆에 청진기를 갖다대는 이승연. 이윽고 `딸깍'소리와 함께 금고의 문이 열린다. 수억원대의 수표와 귀금속을 유유히 챙겨 나오는 이승연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휘파람이라도 불 듯이 가벼운 미소가 번질 뿐이다.
민병진 감독은 "전문 소매치기의 특별 자문을 받아 훈련해온 이승연의 실력이 촬영 막바지에 이르러 `프로'의 경지에 들어섰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을 정도. 이승연의 능숙한 솜씨는 오는 5월초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