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서능욱 9단●강 훈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4시 10분
총보(1∼313)＝이 판은 `옛 도전5강'끼리의 묵직한 대국. 판의 내용도 스릴만점으로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이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했다. 결국 `반집'의 행운은 강 9단 쪽으로 손을 들어 주었는데 그 반집의 행로를 추적해 보자.
초반 흑 31, 33은 먼저 35에 밀고 백 37 때 응수를 물어야 했다. 43까지 흑은 후수를 뽑아 별무신통. 그런데 백 44가 과한 삭감. 45의 곳 정도가 적절했다.
백 48 때 흑 49가 독단의 한수. 백이 56에 받아줄 것을 기대한 것이나 50∼54까지 선수로 좌변을 깨서는 오히려 44가 전화위복된 모습. 흑 49는 눈 딱 감고 52에 호구쳐둘 자리였다.
백 70은 약간 무리성을 띤 수. 그러나 흑 73이 무책이었다. 270에 단수치고 백 77, 흑 74로 처리할 곳. 백 74가 예리해 77까지 패가 불가피해 졌는데 아무래도 흑의 부담이 크다.
흑 87 팻감도 88에 두는 것이 강력했고 흑 95 또한 욕심. 98의 곳에 연결해 두는 것이 안전했던 것.
백 96, 98이 강력한 공격으로 흑의 고전. 흑은 이 위기를 101 이하 역공으로 풀어갔는데 어디까지나 고육지책. 132까지 순식간에 두어졌으나 백이 손바람을 내고 있는 형국이다.
흑 133 패는 어쩔 수 없으며 피차 팻감이 없는 관계로 144까지 타협을 보았으나 흑으로선 별로 한 게 없는 결과로 백의 우세가 결정적인 국면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부자'인 서 9단은 몸조심으로 일관하다 결국 역전을 당하고 마는데 그 포인트가 173의 곳. 그곳을 백이 언제라도 두었으면 이 판을 지는 일은 없었을 것.
백 172가 준 패착으로 173에 이을 마지막 찬스였다. 180까지 백이 중앙 흑 두점 잡기에 연연하는 동안 흑 181로 큰 곳을 모두 당해서는 역전.
최후의 패착은 백 260, 261의 곳에 두었으면 아직도 승부는 알 수 없었다. 이로써 강 9단은 제1기에 이어 이번 기에도 본선에 진출, 86년의 영광을 재현할 채비를 갖췄다.
39．57．159＝33, 42．60＝30, 80．86．92＝70, 83．89＝77, 137＝133, 210．249＝110, 211＝139, 241．247＝217, 244．250＝238, 248＝141, 277＝234, 292＝237, 310＝201 반패 백 이음, 313수 끝, 흑 반집승.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