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미소로 난투극 방지 '과연 심판MVP'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4시 10분
◇…어느덧 프로농구가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할 챔피언결정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마치 시계를 10여년 뒤로 돌려놓은 듯한 `IMF 한파'를 무릅쓰고 프로농구는 이제 어엿한 국민의 스포츠로 성장한 느낌입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구단의 팬서비스, 심판의 자질 등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을 거울삼는다면 조만간 프로농구도 프로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여론입니다.
화제를 지난주에 열린 플레이오프 준결승으로 돌려볼까요.
◇…플레이오프 준결승은 각 언론사 취재기자들이 미리 받아온 출장비 반납을 걱정할 정도로 싱거웠습니다.
정규리그 우승팀 현대가 동양에 3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판막음했고 원년시즌 챔피언 기아도 LG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4차전에서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거머쥔 것이지요.
이 바람에 서울 팬들은 2주일 이상 프로농구 구경을 못하게 됐고 KBL（한국농구연맹）도 상당한 입장수입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기아와 LG의 플레이오프 준결승 3, 4차전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했다면서요.
◇…네, 지난 25일에 벌어진 3차전은 흥분한 선수들과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는 벤치, 그리고 무책임한 심판들이 합작한 올시즌 프로농구 최악의 졸작중의 하나였다는 비난입니다.
특히 이날 경기를 진행한 심판들의 무분별한 행태는 프로농구의 앞날을 어둡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치 한경기라도 더 치러야 KBL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심판들의 판정은 LG를 두둔하고 나섰고 이에 기아 선수들은 이성을 잃을 뻔 한 것이지요.
심판들은 2쿼터에 LG에게 먼저 벤치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한 것이 미안했던지 기아가 추격에 열을 올리던 3쿼터 중반에 기아 벤치에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해 흥미롭게 진행되던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3차전의 앙금 때문인지 27일의 4차전은 마치 육박전을 연상케 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승강이가 벌어지더니 급기야 1쿼터 막판엔 기아 김영만이 LG 김태진과 부딪쳐 오른쪽 눈두덩이 찢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지요.
이처럼 일촉즉발의 위기에도 4차전 주심을 맡은 한규돈씨의 깔끔한 진행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평소에도 특유의 미소로 살벌한 코트에 여유를 선사했던 한주심은 이날 경기서도 흥분한 양팀 선수들을 다독거리며 미소작전으로 거친 플레이를 자제시키는 등 올시즌 프로농구 최우수 심판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지요.
말많은 코트에서 한규돈씨 같은 심판이 버티고 있는 이상 프로농구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나저나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기아가 부상병동이라면서요.
◇…네, LG와의 플레이오프 준결승을 마치고 29일 선수들을 경기도 용인 숙소로 소집한 기아 최인선 감독은 한숨만 내쉬더군요.
베스트 5명중 3명이 붕대를 감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허 재는 오른쪽 손등의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는 상태이고 피닉스는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훈련에서 제외됐습니다. 여기에 김영만 마저 오른쪽 눈위를 20바늘이나 꿰매 눈을 뜨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최감독은 "차－포에다 마（馬）까지 모두 떼고 경기를 벌여야 할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더군요.
◇…반면 현대의 숙소는 여유만만입니다.
지난 24일 동양과의 플레이오프 준결승을 3연승으로 끝낸 현대는 6일간의 긴 휴가를 비디오 감상으로 보낸 것이지요.
현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밤마다 눈이 벌게 지도록 비디오를 감상중인데 킬링타임용 홍콩 액션영화나 멜로물이 아닌 기아전 녹화 테이프를 틀고 있는 겁니다.
10여개의 비디오를 단체 관람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분석내용을 즉석에서 교환하며 기아의 전력을 완전 해부하고 있습니다.
◇…고사위기를 맞은 여자농구가 지난 24일 드래프트에서 해체팀 소속 선수 15명을 구제했습니다.
단연 화제는 1순위 지명을 받은 정진경（1m91．코오롱）인데 신용보증기금측이 국내 최장신 센터인 정진경을 점찍은 것은 아무래도 장래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정진경이 팀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입단을 늦추며 해외진출설 등을 퍼뜨리자 일부에서는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은순과 함께 여자농구 최고 스타로 군림해온 유영주가 이날 최하위 순위를 잡은 삼성생명에 6순위로 지명된 것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요.
◇…유영주의 경우, 27세로 나이가 많은데다 장래성이 있는 대어급들이 많아 1라운드 최하위 순위까지 밀렸습니다.
삼성생명 정태균 감독도 "서울은행 출신의 국가대표 주포 권은정을 지명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앞순위인 현대산업개발이 지명하는 바람에 유영주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히더군요.
하지만 삼성생명측은 활용기간은 짧더라도 정은순－유영주라는 `황금 콤비'를 구성할 수 있게 된 점에 만족하는 눈치였습니다.
[정리＝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