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풍속사] (61)홍루몽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4시 10분
18세기 청나라 상류층의 사치생활을 그린 조설근（?∼1763?）의 `홍루몽'은 중국 4대 기서 가운데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미소년 보옥은 성격이 삐딱해 "여자는 물에서 나온 몸, 남자는 진흙에서 나온 몸, 나는 여자를 보면 상쾌하지만 남자를 보면 냄새가 나서 싫다"고 생각하는 문제아다. 남자는 세속에 찌들어 더러운 반면 소녀들은 지고지순하여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보옥과 더불어 소설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보옥과 소녀들은 본디 천상의 여인세계인 `태허환경（太虛幻境）'의 주인들이었던 것이다.
`홍루몽'은 바로 이 보옥과 아름다운 소녀들이 연출하는 복잡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옥은 자매 시녀들과 사랑을 나누느라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버지는 소녀들과 놀아나는 아들을 어떻게든 모범청소년으로 키워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소설가 조성기가 편작（編作）한 3권짜리 `홍루몽'（민음사）을 보면 보옥이 선녀의 가르침으로 성의 세계에 입문하는 장면이 흥미롭게 묘사돼있다. 인간의 사랑과 성애（性愛）를 담당하는 선녀는 숫총각 보옥 앞에 나타나 섹스의 즐거움을 이렇게 설파한다.
"사람은 정욕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안정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방황하며 꽃놀이에 빠지고, 화투놀이에 빠지고, 술에 빠지게 되지요. 그러나 정욕을 충분히 만족시키면 오히려 마음을 잡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선녀의 성교육은 계속된다.
"음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세상에서 흔히 보는 호음자（好淫者）들은 여자들과 시도 때도 없이 교접만 하려고 하는 추물들이지만 당신은 의음자（意淫者）입니다. 의음이란 쉽게 말하면 정신적인 음란이지요."
보옥에게 "당신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제일 음란한 사람（天下古今第一淫）"이라는 비밀도 알려준다.
보옥은 선녀로부터 갖가지 섹스 테크닉을 배운 뒤, 마침내 선생 선녀의 동생 선녀와 합궁을 시도한다. 이렇게 좋을 수가！ 보옥이 선녀의 몸을 으스러져라 안으니 열락의 문이 그곳에 있다. 보옥은 선녀와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다가 장렬하게 파정한다.
그러나 눈떠보니 젖어있고, 깨보니 꿈이라. 보옥은 본디 똑똑한 청소년. 보옥은 습인이라는 어린 시녀를 유혹한다. 꿈얘기를 해주면서 살살 꼬드겨 슬금슬금 옷을 벗겨낸다. 또다시 장렬한 파정.
엊그제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 중국문화대전의 전시품 가운데는 `홍루몽'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그린 그림 한 점도 있었다. 보옥이 사랑했던 여인들의 자태는 그림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워 관객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