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여왕] 열정적 연기- 고급스런 선율 잘 어우러져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6시 20분
삼성영상사업단이 제작, 막대한 제작비 투여와 초호화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중가극 `눈물의 여왕'이 26일 시연회를 시작으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이 무대는 일간 신문의 광고 및 방송 스폿 광고 등 엄청난 홍보로 관객을 극장안으로 유혹했다. 그 결과 공연 전 전좌석의 40%를 판매하고 4월 2일까지 좌석을 매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작품은 전설적인 배우 전옥의 실화를 중심으로 서사극, 대중극의 쇼, 치열한 갈등구조, 품격있는 언어 등을 조화시킨 고급스런 대중가극.
특히 좌－우익의 대립, 남과 북의 분열, 사상에 의한 인간성 파괴를 겪은 한국인의 대립을 대중가극이라는 극형식 속에 용해시켜 대화해의 장을 만들어냈다.
토벌대와 빨치산들이 함께 감상하는 극중극 `눈내리는 밤' 장면을 통해 이념에 의한 갈등과 대립을 예술이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통합, 인간에 의한 인간의 삶을 재생시켰다.
이런 주제의 연극미학과 더불어 클래식한 정치용의 음악은 기존의 대중극과 차별화되는 고급스런 선율이었다.
또 연기진들의 열정적인 연기도 주목을 끈다. 전옥역의 이혜영은 독특한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빨아들였다. 그 흡인력은 이혜영을 대스타 이혜영으로 만들어주는 전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조민기의 에너지, 전도연의 질감도 빛나 보였으며 정규수 김학철 오달수 박지일 이호성 이윤표 정동숙은 극의 브리지 역할을 맛깔스럽게 소화했다.
특히 오랜만에 무대에 선 배삼룡의 익살과 재치는 관객들의 박수를 독차지 했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윤택은 최근 일부 연극이 보여준 값싼 언어 대신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언어로 연극 언어의 질을 상향조정했다. 관객에 영합하려는 경박스러움을 탈피, 하나의 오페레타 형식의 대중가극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작품이 무겁고 관객들이 따라가야할 포인트가 분명치 않아 혼란스럽다.
눈물의 여왕 전옥과 빨치산 대장 차일혁, 그가 사랑한 적으로 이어지는 강력하고 분명한 스토리 라인이 구축되면 이 작품은 대작의 위용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 무엇이, 발랄하고 유니크한 당대의 연출가인 이윤택에게 부담이 되었을까? 한많은 질곡의 우리 역사였을까? 이 경박한 자본주의 세상이었을까? 아니면 그 속에서 연극만들기를 하며 살고 있는 현실의 무게 때문이었을까? 4월 12일까지. (02)278_4490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