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새바람(8)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6시 20분
성칠의 등과 블랙의 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피해는 블랙쪽이 더 컸다.
블랙으로서는 사파리 입성 첫날 목숨이 끊어질 위기를 맞은 셈이었다.
`쿵'.
뒷발로만 선 채 낑낑거리며 `인내력 경쟁'을 하고 있던 성칠과 블랙은 외부의 충격으로 나란히 나가떨어졌다.
블랙파 막내 하마가 바우에게 얻어맞고 도망치다가 보스의 위기를 보자 성칠에게 `몸통박치기' 공격을 한 것이다.
똘만이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블랙의 목에서는 터진 수도관처럼 피가 솟구쳐나왔다.
하마는 이름만큼이나 덩치로 한몫하는 조직원이었다.
그런 만큼 그의 몸통 공격은 매우 위력이 있었다.
뜻밖의 공격을 받고 나가떨어진 성칠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먼저 일어난 블랙은 여전히 누워있는 성칠을 보자 눈이 뒤집혔다.
데뷔하는 날, 보스도 아닌 졸개에게 망신을 당했으니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것만 같았다.
블랙은 앞발을 번쩍 들어 성칠의 목을 짖이겼다.
그렇지 않아도 등이 찢어지는 고통을 독기 하나로 참은 터에 온몸이 울리는 충격에 이어 숨통이 막히게 된 성칠은 완전히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블랙은 무방비 상태가 된 성칠의 뱃가죽에 남은 앞발을 꽂았다.
성칠은 앞뒤로 찢어질 위기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성칠에게도 믿음직한 보스 바우가 있었다.
하마를 물리치고 남은 상대 쌍칼마저 KO시킨 바우는 성칠의 위기를 보자 날듯이 달려온 것이다.
바우는 급한 대로 우선 하마를 쫓아낸 뒤 블랙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드디어 보스끼리의 정상 대결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둘은 성급하게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지쳤기 때문이다.
바우는 하마와 쌍칼을 물리친 뒤 달려왔고, 블랙은 성칠과 지루할 만큼 장기전을 치른 터였다.
둘은 숨을 고르며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지칠대로 지친 상황인 만큼 한번의 실수는 곧바로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