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분석] 독일식 '실리축구' 맞대결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6시 20분
상대를 밟고 지나가지 않으면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숙명의 라이벌.
한국 월드컵축구 대표팀의 차범근 감독(45)과 일본 월드컵축구 대표팀의 오카다 다케시(岡田武史．42) 감독이 바로 그런 관계다.
한_일간의 축구대결이 벌어질 때마다 양국의 팬들은 좀처럼 `진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차범근 감독과 오카다 감독은 그때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일본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오카다 감독은 지난해 11월1일 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2대0승)과 지난달 1일 다이너스티컵 한－일전(2대1 승)에서 모두 승리, 차감독을 궁지에 몰아넣은 상태다.
차범근 감독과 오카다 감독의 과거 선수시절 경력을 비교해 보더라도 차감독으로선 한_일전 2연패가 충격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경신고 3년때 일약 국가대표에 발탁돼 주목받기 시작한 차감독은 지난 79년부터 10년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동안 308경기에 출전, 외국인으로는 역대 최다인 98골을 터트렸다.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로서 화려한 스타의 길만을 걸었던 차감독이다.
반면 오카다 감독은 80년대 일본 국가대표를 지냈지만 그 무게에선 차감독에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의 포지션이 수비수이기에 더욱 그랬겠지만 아시아권에서 그가 일본대표선수로 뛰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팬들은 드물다.
그러나 그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일본 가가와(香川)현 출신인 오카다 감독이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오사카 스미추(住宙) 중학 2년때.
그는 축구선수로 활약하면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덴노지(天王寺) 고교를 거쳐 체육특기생이 아닌 일반학생으로 와세다대 정경학부에 합격한 실력파다.
이같이 국제무대서 스타와 무명으로 대비되는 선수시절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차범근 감독과 오카다 감독의 지도철학은 나란히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지지않는 축구를 구사하는 이른바 `실리축구'여서 관심을 끈다.
이는 오카다 감독도 지난 92년 1년간 독일에서 지도자 수업을 쌓아 차감독과 마찬가지로 독일식 `실리축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실리축구를 구현하는 방법론상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있다.
차감독은 수비수와 공격수의 구분을 크게 두지않고 90분 내내 많이 뛰는 유럽식 토털사커에다 한국의 전통적인 맨투맨식 수비를 가미해 전략의 틀을 짠다.
반면 오카다 감독은 유럽의 선진축구를 철저히 모방한 전형적인 4_4_2 시스템을 구사한다.
이 시스템에서는 스피드 보다는 정교한 패스가 중요하다.
대표팀 관리측면에서 보면 차감독이 데이터를 중시하는 지장(智將)이라면, 오카다 감독은 선수의 말이라면 설사 거짓말이라도 믿어주는 덕장(德將)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오는 4월1일 오후 7시 잠실주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기념 한－일친선축구대회에서 3번째로 맞설 차감독과 오카다 감독_.
이번에는 과연 누가 웃을 것인가.
[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