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서능욱 9단●강 훈 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5시 38분
제10보(201∼273)＝입신의 경지(9단)에 올라선 프로들이라도 사람인 이상 꾸준히 평상심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듯. 전보에서 필승의 국면을 역전당한 서 9단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깊은 자책에 빠져있는데 전보 흑 @의 완착에 본보들어서는 다시 활기를 찾은 모습이다.
지금의 형세는 흑이 아직 앞서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보기보다 미세해 덤을 제하고 1∼2집 정도 흑이 앞서 있는 국면. 따라서 아직 끝내기가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실수 한번이면 또다시 역전이 얼마든지 가능한 국면이라 하겠다.
이 때쯤 강 9단은 1분 초읽기에 몰리고 있던 상황. 그런데 초읽기에 몰려 무심코 둔 흑 31이 졌으면 패착이 될 뻔한 대악수. 이런 모양에선 [참고도] 흑 1로 치중하는 것이 끝내기상 정수. 6까지 되면 흑 넉점을 잡은 귀의 집은 10집. 본보에 비해 1집이 득이며 무엇보다 흑 A가 선수로 듣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나중 백 B, 흑 C로 패가 났을 경우 A에 흑 돌이 있느냐 없느냐는 상당한 차이였던 것.
흑 31 치명적 실착으로 국면은 재역전무드라는 중론인데 잘 나가던 백이 갑자기 60으로 호구친 수가 의외였다. 백 60은 예의 그 감각적 착점으로 신중치 못했다. 흑에 `가'로 후수보강을 강요한 수. 손빼면 당장 백 `가', 흑 `나', 백 `다'로 패를 걸겠다는 위협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흑 31의 실착에 자책하고 있던 강 9단이 호락호락 `가'에 받아줄 리 없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흑은 대망의 61에 선착해 또다시 역전이다. 백 60은 중요한 시점에서의 `헛발질'. 사실 `다'까지 패는 백도 지는 날이면 흑에 `라', `마'로 연속 따먹혀 부담이 큰 만큼 실현가능성이 없었던, 말그대로 `위협'에 불과했던 것.
백이 61에 선착했으면 알 수 없던 국면이었으며 백에 `반집승'의 기회가 컸던 것인데 아쉽다. 이후의 수순은 총보로 미룬다. 11…▲, 41．47＝17, 44．50＝38, 48＝■, 49＝10의 자리.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