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이휘재(4)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5시 38분
`오늘은 좋은 날'에서 한창 뜨고 있던 나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해 달라는 송창의PD의 요청을 완곡히 거절했다.
여기저기에 뛰다가 `반짝 스타'로 그칠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송PD는 끈질겼다. 3번이나 찾아왔고 MBC 4층 로비에서 "나를 믿어라"는 말을 듣고 "그럼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나중에 송PD는 어린 친구가 두번씩이나 요청을 거절해 기분이 몹시 상했다고 들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리고 싶다.
고교시절부터 즐겨보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서보고 싶었던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게다가 신설한 `인생극장'을 이영자 선배와 함께 꾸려나간다는 것은 실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영자 선배가 3회를 끝내고 프리를 선언하며 프로에서 빠지게 됐다.
스태프들은 `인생극장'을 없앨 것인지를 놓고 거듭 회의를 열었다. 이때 내 심장 박동이 멈추는 것같은 느낌이었다.
며칠 뒤 결론이 났다.
"이휘재 한명으로 꾸려나간다！"
이때부터 내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미녀들과 포옹했고, 주위의 남자들 심지어 아버지한테도 부러운 눈총을 받았으니.
같이 출연한 미녀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네살 위 김완선 누나였다. 누나는 고교시절의 팬이었다. 육감적인 몸매로 춤을 추는 것을 본 순간, 나는 한번에 빠져 버렸다.
김완선 누나와 촬영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긴장했다.
전날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촬영 직전에 향수도 뿌렸다.
드디어 `큐！' 길거리로 뛰어나가 덥석 포옹하는 신이었는데 너무 리얼하게 껴안아서 한번만에 촬영을 마쳤다. 김완선 누나와 포옹하는 순간,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무릎이 덜덜 떨렸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아쉬운 것은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몸매 관리한다고 요구르트와 과자 한 조각만 먹고 마는 것을 보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 무려 50여명의 미녀와 포옹했다.
하지만 요즘 그 흔한 키스신은 한번도 못해 봤다. 당시만 해도 쇼프로에서 키스신은 좀처럼 없었다.
키스를 처음해 본 것은 전역 후 `인생극장'에 컴백해 최지우의 상대역을 맡았을 때였다.
전역 보름 후에 촬영한 것이니 얼마나 좋았는지 상상해 보시라. 촬영전날 대본을 읽으며 나는 `으흐흐 으흐흐'하며 연신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