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관중수는 늘었으나 배팅은 '감소'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36분
`손님은 늘고 베팅액은 줄고_'.
IMF를 맞아 경륜장으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입장객수가 크게 늘고 있으나 매출 신장률과 1인당 베팅액은 고객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모으고 있다.
경륜사업본부에 따르면 올 시즌 개막이후 지난주까지 총 입장객은 13만5천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만6천618명에 비해 16％ 증가했다.
또 이 기간중 매출액은 189억2천만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141억8천만원에 비해 33％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하루에 2개 경주를 더 치르는 것을 감안할 때 14％가 증가한 셈.
하지만 레이스당 한 사람이 베팅한 평균 금액은 9천965원으로, 지난해의 1만132원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실직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임금삭감 등으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베팅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
회사원 김성식씨（43）는 "예전에는 하루에 10만원 정도 베팅을 했는데 올들어서는 7만원으로 낮췄다"며 "호주머니가 가벼워져 실제 느끼는 스릴은 오히려 높다"고 말했다.
베팅액수가 줄다보니 베팅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요행수를 노려 배당률이 높은 선수를 전문적으로 베팅하는 방법이 종종 눈에 띄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입상가능 선수 위주로 베팅하는 방법이 자리잡고 있다.
또 우승 가능선수를 추려낸 뒤, 나머지 선수를 모두 2착으로 베팅하는 일명 `피아노치기'도 최근들어 두드러지게 줄었다.
이와 함께 경륜장 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는 팬들이 크게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식당이나 매점에는 손님이 줄어 예전에는 길게 줄을 서야 식사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자리가 한결 여유가 있어졌다.
또 예상지를 예전에는 2∼3권씩 사서 보던 팬들도 이제는 1권으로 줄이는 등 경비 절감에 신경쓰고 있다.
정한영씨（45．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가족들과 함께 경륜장을 찾는 날에는 외식을 주로 했는데 요새는 돗자리와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 주말을 즐기고 간다"며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IMF 한파로 인한 시름을 덜게 된다"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