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1등당첨금 지급창구의 '각양각색' 모습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14분
"떨려서 우황청심환을 먹고 왔습니다."
상상만해도 가슴이 뛰는 1등 당첨.
서울 여의도 주택은행 본점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너무 떨려 약국 신세부터 졌다는 어느 1등 당첨자의 경험담이다.
우황청심환 등을 먹고 온 `진정제 복용파', 한 맺힌 가난을 벗게 됐다며 연신 눈물을 흘리는 `순정파', 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고맙다고 인사를 청하는 `감격파', 아무 말없이 당첨금만 타가는 `묵묵파' 그리고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는 `하하파'.
`거액' 복권 당첨금을 지급하는 창구에 가면 매주 당첨자들의 애틋한 사연과 눈물, 감격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인천에서 9년간 구두 판매점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빚독촉에 시달리던 어느날 제34회 또또복권 3장을 샀는데 이중 2장이 2, 3등에 당첨되어 1억7천만원의 행운을 안았다.
김씨는 사채 이자를 갚기 위해 부인과 함께 주택은행에서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차세대저축 통장을 해약하러 왔다가 당첨 사실을 안 순간, "이제 살았다！ 아이들 저축 통장도 살았구나"라며 환호.
김씨 부부는 주택은행 본점 복권사업부에서 당첨금을 받자마자 사채와 은행 대출금을 갚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8일 한국종합기술금융을 찾아온 제131회 더블복권 4억원의 주인공 신모씨（62．여）.
행상을 하며 어렵게 생활을 꾸려 나간다는 신씨는 "아들이 생일 선물로 준 복권 5장이 행운을 불러 넉넉지 못한 아들에게 집장만까지 해줄 수 있게 됐다"며 창구를 돌며 직원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했다.
제53회 찬스복권 보너스상 쏘나타Ⅲ 승용차를 받은 회사원 김모씨（34．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유지비가 걱정됩니다"라며 창구가 떠나갈 듯 웃으며 주택은행 사당동 지점을 빠져 나갔다.
10여년전 1등에 당첨된 농촌의 노인 부부가 동네잔치를 치른 뒤 창구에서 지급 기한이 지난 사실을 알고 땅을 쳤던 일화는 이제 당첨금 지급 창구의 전설로 남아 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