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실직자들의 쉼터 '성인종합 휴게방' 급속확산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14분
IMF 시대를 맞아 실직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성인종합휴게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업소는 취업정보 제공 및 구직 상담은 물론 바둑이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꾸며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실직자들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휴게방은 현재 서울에서만 20여개 업소가 성업중으로, 실직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방으로 속속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한 술 더떠 당구, 탁구는 물론 비디오 감상까지 할 수 있는 업소도 등장,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달초 문을 연 서울 종암2동의 `사랑방 쉼터'는 200여평의 실내에 당구, 탁구, 다트 등 레저 시설과 헬스기구, 비디오 감상실, 수면실, 식당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를 보내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40여명.
입장료 3천원만 내면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바둑, 장기, 당구, 탁구, 컴퓨터 게임, 케이블 TV 시청, 비디오 감상, 수면 등 남에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지 자유다.
이 업소의 권오룡실장（40）은 "실직자를 겨냥해 문을 열었는데 오히려 영업사원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팩스나 복사기, 컴퓨터는 물론 책상이나 회의실을 갖추고 있어 사무실로 활용하는 개인 사업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여성전용 수면실을 별도로 마련했으나 풍기문란（?）을 우려해 폐쇄했다는 게 권씨의 귀띔.
모인테리어 회사 영업사원 김한식씨（32）는 "입장료 3천원에 식비 3천원, 커피값 300원만 있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며 "비디오를 보면서 업무도 처리하고 피곤하면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 한 오모씨（45）는 "퇴직한 동료와 함께 1주일에 2번 정도 이곳을 찾아 신문이나 잡지,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해 채용 정보를 뒤지고 있다"며 "스트레스가 쌓이면 샌드백을 두드리며 울분을 털어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 업소의 사장 이수상씨（40）는 "다음달에는 골프연습실과 노래방까지 갖춰 종합 휴게실로 꾸밀 계획"이라며 "IMF 시대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