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식] '다시 코트를 호령하리라'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00분
프로농구 경남 LG의 고참 포인트가드 오성식（28）의 등번호는 `00'이다.
지난해 7월 SBS에서 이적해온 오성식이 새롭게 선수생활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구단에 요청해서 얻어낸 번호다.
하지만 올시즌 내내 오성식의 성적은 등번호 만큼이나 내용이 없었다. 정규리그 34경기에서 102득점, 34어시스트를 거둔 것이 전부.
국가대표 센터로 강동희（기아）와 어깨를 견줬던 그로서는 자존심이 용납치 않을 결과였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선 도리가 없었다.
고질이던 오른쪽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이 원년시즌부터 그를 괴롭혔고 이 와중에 지난해 6월 SBS에서 실시했던 산악 체력훈련은 오성식의 몸상태를 최악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적후 신체검사 결과를 놓고 LG스포츠단 어은실 트레이너가 "어떻게 저런 몸으로 운동을 계속했는지 의심스럽다"며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이후 시즌개막 직전까지 볼을 한차례도 쥐지 못한 채 재활트레이닝만을 받은 덕택에 컨디션은 회복됐지만 이젠 경기 감각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태진과 함께 한몫할 것이란 코칭스태프의 기대와 달리 슈팅감각이 살아나지 않는데다 순발력마저 떨어져 LG의 수비농구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
"마음이 너무 앞섰어요. 이러다간 끝장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 서두르다보니 실수가 반복된 겁니다."
기아와의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내리 두판을 내줘 벼랑 끝에 몰렸던 지난 25일 3차전을 앞두고 이충희 감독으로부터 선발출전 지시를 받을 때만 해도 오성식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이감독의 의중을 `경기 경험이나 쌓으라'는 의미로 파악하고 부담없이 후배들을 이끌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쉽게 풀려나갔고 슛감각도 살아나더라는 것이다.
다음달 김태진을 상무에 입대시키는 이충희 감독으로선 오성식의 부활로 큰 시름 하나를 던 셈이다.
[부산=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