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이버'친목계' 확산
기사입력 1998년 03월 26일 15시 14분
컴퓨터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신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에서 만남을 갖는 인터넷 계가 늘고 있어 계 모임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는 것.
이같은 인터넷 계는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아무 때나 수다를 떨 수 있으며 경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돼 IMF 시대를 맞아 신세대 부부들을 중심으로 점차 번지고 있는 추세다.
백준현씨（29． LG반도체 연구원）는 지난해말부터 대학동창 10명이 부부 동반으로 인터넷 계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고려대 전자전산학과 88학번 동기 동창으로 모두 컴퓨터를 다루는 직업을 갖고 있어 `창우회'란 인터넷 계를 만든 것.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부인들끼리 인터넷에 들어가 `어제, 우리 집에 무슨 일이…'하며 대화를 시작, `남편 헐뜯기'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이에 복수나 하듯 남편들이 따로 대화방을 만들어 `부인에게 말못할 사연'을 은밀히 나누자 음란물을 보는 것으로 오해한 아내들이 남편방 폐쇄를 강력하게 요청, 자진 철폐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회사원 안정호씨（35）는 지난달부터 `먹는 계'에서 인터넷 계로 바꿨다.
전에는 한달에 한번씩 고깃집이나 중국집에서 고교 동창들이 부부 동반으로 계 모임을 가졌는데 IMF 한파이후 경제 사정을 감안해 인터넷 계로 바꾼 것.
안씨는 "한푼이라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인터넷 계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3개월에 한번 정도는 외식도 하면서 친목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계는 컴퓨터 통신에 작은 모임을 개설하거나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게 보통.
인터넷에는 컴퓨터업체들이 무료로 홈페이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개설하고 있어 잘만 하면 경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사이버 계 이용자들의 예찬론이다.
또 여행이나 목돈 마련을 위한 곗돈은 폰 뱅킹이나 PC 뱅킹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주부 이정희씨（27．수원시 권선구 정자동）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편리하다"며 "나이든 아줌마들이 따뜻한 중국집 온돌방에서 탕수육 등 요리를 시켜먹으며 수다를 떨었다면 요즘 신세대 주부는 컴퓨터 자판으로 수다를 떠는 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