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령] 파르라니 깍은머리 '인기로 승화'

기사입력 1998년 03월 26일 15시 13분



5월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촬영을 진행중인 박철수 감독의 영화 `성철'(월드시네텍 제작)에서 성철 부인역을 맡은 김예령도 지난달 전북 부안 내소사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김예령은 머리를 자르는 순간 눈물을 보이기는 커녕 약간의 웃음마저 보여 박철수 감독으로부터 "뭐가 그렇게 좋냐"는 농담을 들었다.

"사람들앞에서 머리를 자르니까 겸연쩍은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왔어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평생 삭발할 일이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도 들었구요."

김예령의 삭발은 극중 남편(성철)이 출가하고, 딸까지 절에 들어가자 고민끝에 출가를 하는 상황에서 하게된 것.

"지고지순한 한국의 여인 역할이에요. 남자가 자신의 곁을 떠날 것이란 것을 예견하고, 이해하는 여자죠."

온양 민속마을, 지리산, 포항 등을 돌면서 사계절을 배경으로 촬영을 진행해온 김예령은 겨울 촬영이 가장 힘들면서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겨울 눈길에서 고무신을 신고 촬영할 때엔 발이 꽁꽁 어는 기분이었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장면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요."

이 영화에서 김예령은 20대에서 80대까지 여인의 삶을 연기한다. 20대 시절 부분에선 연지곤지를 찍고 성철역의 장석남과 전통혼례를 하는 장면을 온양 민속마을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김예령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아무래도 80대 시절 연기. `내일로 흐르는 강'에서 노인으로 나오는 부분이 어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김예령은 `성철'에선 노인 연기를 잘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박철수 감독은 성철의 일대기를 평이하게 그리는 것은 영화로서 매력이 없다면서 부인의 시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고통을 넘어서 승화시키는 과정을 진실한 내면연기로 그리려고 했어요."

단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모델활동을 시작한 김예령은 `절대사랑' `내일로 흐르는 강' `스카이 닥터'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배우. 김예령은 이번 영화가 촬영단계부터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는 작품인 만큼 연기를 잘하면 졸지에 월드스타가 되지 않겠느냐며 능청을 떨기도 했다.

[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