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맨] 조직과 우정사이 세남자 하루밤 여정
기사입력 1998년 03월 26일 15시 13분
`저수지의 개들'과 `트레인스포팅'을 섞어놓으면 어떤 영화가 될까. 또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대니 보일이 공동으로 연출한다면 어떤 색깔의 영화가 될까.
프랑스 출신의 영국감독 J.K 아말루의 `하드맨'(원제 `Hard Men')이 이 물음에 답을 준다.
속도감 있는 편집에 바탕을 둔 감각적인 영상과 기존의 통념을 깨는 내러티브 구조가 우선 그렇다.
영화 속의 시간적 배경은 고작 하룻밤이다. 외형적으로는 갱스터무비의 틀을 지니고 있지만 갱의 활약보다는 그들의 삶에 밀착된 심리와 예측불허의 행동 등을 묘사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세명의 갱스터 역시 할리우드 갱스터무비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멋진 스타일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이고, 바보스러울 정도다.
아빠가 됐다는 책임감으로 조직을 떠나려는 주인공 톤(빈센트 리건)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나머지 두 명은 톤을 죽이라는 보스의 명령을 이행하기 전, 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유흥가를 휩쓸고 다니며 강도행각을 펼치기도 하고, 식당에서 장난처럼 사람을 쏴죽이기도 한다. 당연히 영화에는 세명의 관계가 언제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는 긴장이 넘쳐난다.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의 결말 또한 극적이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도 타란티노를 능가한다.
현대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의 힘 또한 강력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28일．명보극장)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