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동차 '자가세일' 등장
기사입력 1998년 03월 26일 02시 10분
[권정식 기자]
`내 차 사세요.'
자동차에 `매매용'이라고 적은 광고문을 달고 달리는 `자가세일족'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판매조건을 적은 안내문을 차창에 붙여놓고 관심을 표명하는 행인과 즉석에서 흥정을 벌여 자동차를 팔고 있는 것이다.
자가세일족의 등장은 IMF한파로 중고차 시장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
당장 차를 팔고 싶지만 구매자가 선뜻 나서지 않자 일부 마이카족들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식으로 중고차 시장이 아닌 `예비 고객'이 넘치는 길거리로 나섰다.
중고차 시장이나 벼룩시장에 매물을 내놓아도 언제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주와 고객이 직접 흥정을 벌이는 자가세일은 의외로 효과가 있다.
자가세일로 보름만에 차를 판 이모씨（34）는 "차를 팔기 위해 3개월 동안 중고차 시장에 다니고 벼룩시장에 광고도 냈지만 구매자가 없어 애를 먹었다"면서 "차창에 판매용이라고 안내문을 붙이고 다닌 뒤에는 하루에도 문의전화가 5∼6통씩 걸려왔다"고 말했다.
특히 자가세일은 소개비를 절감하고 차값이 유동적이라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다.
중간거래상을 거치지 않으니 매매액의 2％를 지불하는 소개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흥정에 따라 수십만원 정도는 충분히 아낄 수 있다.
실제 광고문에는 판매가격을 못박지 않는게 관례이지만 굳이 명시했더라도 `절충가능'이라는 단서를 붙여 고객들의 구매력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자가세일족으로 부터 현대 쏘나타Ⅲ 2.0골드를 구입한 김영진씨（34）는 "길에 세워져 있는 차에 안내문이 붙어 있어 즉석에서 흥정을 했다"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약 700만원에 팔리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싼 550만원에 샀다"고 말했다.
광고문엔 대개 차종과 연식, 개인적으로 설치한 에어백이나 ABS브레이크 등 각종 기능（옵션）과 연락처 등을 적는데 일부 아이디어맨들은 `비싸면 그냥 가져가세요' `평생 다녀도 이만한 차를 보기가 힘들겁니다'는 등의 재치있는 문구로 행인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아놓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판매방법이라도 단점이 있는 법.
매매후 보상책임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일부 `양심불량 차주'는 사고가 났던 차량을 정비센터에서 감쪽같이 수리해 무사고 차량으로 광고를 하고 다녀 순진한 고객을 골탕먹이고 있다.
서울시 중고차매매사업조합의 유성종 과장은 "매매후 15일이 지나도록 구매자가 명의이전을 하지 않아 새차를 구입한 차주가 이중으로 세금을 무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