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굿-부적도 거품 걷어내야'
기사입력 1998년 03월 26일 02시 10분
[김승우 기자]
"꼭 굿을 해야 한다고 겁주는 무당, 화려한 장신구를 많이 착용한 무당, 굿을 벌일 때 노랫가락을 능숙하게 읊지 못하는 무당… 이런 무당을 조심해야 합니다."
무당 김병기씨（46）가 무당을 고발하는 `양심선언' 내용의 일부다.
김씨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진짜로 요즘에는 선무당이 사람을 잡고 있다"고 꼬집는다.
"무당을 찾는 사람은 정말로 물에 빠져 지푸라기를 잡으려는 사람이에요. 그런 약점을 노려 돈을 우려내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지요."
굿을 해야 하는 일이 잘되거나 아픈 몸이 나을 수 있다고 겁을 줘 기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가 웃도는 굿판을 벌이는 일도 많다고 한다.
김씨가 제시하는 `굿 공정가'는 많이 잡아야 300만∼500만원.
음식값 약 70만원, 고수（鼓手） 등 동원된 보조인원 일당 등을 모두 합쳐도 그 이상은 나올 수 없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이런 점에서 "굿판에서도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게다가 굿이 끝나면 음식을 나눠주지 않고 다른 굿에 또 쓰는 비양심적인 무당도 있다고 말했다.
굿보다 거품이 심한 것은 부적.
엉터리가 워낙 많은 데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값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쇄된 부적을 사다가 엄청난 돈을 받기도 한다고 고발했다.
사기라고 할 만큼 큰 돈을 받는 무당의 특징은 굿을 하거나 부적을 써줄 때 몇십몇만몇천원 하는 식으로 가격을 따져 받는다. 신이 정해줬다고 으름장을 놓는 식이다. 그러면 다 넘어간다는 것이다.
IMF 한파가 몰아친 뒤 사회－경제적으로 나약해진 사람들이 무당을 찾는 일이 잦아지는 만큼 `굿 사기'를 당하는 일이 늘어나는 요즘 김씨는 양심선언 에세이집 `선무당이 사람잡네（자음과 모음 발간）'를 내는 등 `무속（巫俗） 소비자보호운동'에 한창이다.
지난 82년 신병을 앓아 내림굿을 받은 뒤 무당이 된 김씨는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자원봉사자로 활약한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민간구조봉사단의 일원으로, 지난해 괌 KAL기 추락사고 때 현지로 날아가 혼（魂）을 국내로 모셔오는 일을 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