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정재은 '눈물로 일궈낸 금메달 투혼'
기사입력 1998년 03월 25일 16시 27분
우승이라야 본전인 태권도.
그것도 국제대회보다 국내대회 우승이 더 어렵다는 태권도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는 것이 큰 뉴스거리는 못된다.
하지만 정재은양(18．한체대1년)이 스포츠조선 선정 제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여자신인상(상금 100만원)을 받게 된 데는 간과하지 못할 사연이 있다.
작년 11월22일 홍콩 콜러시엄에서 카린젤라노비치(프랑스)를 2대1로 꺾고 여자 페더급 우승을 차지한 정재은은 시상대에 기어 올라가야 했다.
대회에 참가할 당시 이미 금이 가있던 요추가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결승전이 끝난 뒤 마침내 골절됐기 때문이다.
금이 간 요추로 결승전을 치르기까지 이날 하루 5게임을 정재은은 눈물로 싸웠다.
1게임이 끝나면 곧바로 침대에 드러눕는 식이었다.
준결승전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대만선수를 우세승으로 꺾은 뒤에는 거의 탈진상태였다.
첫 국제대회의 월계관치고는 너무도 쓴 열매였지만 그래도 정재은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모든 고통을 잊었단다. 여고생(한림여실고 3년)으로선 사상 첫 세계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다.
정재은의 허리병은 고질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오빠가 태권도경기서 지는 것을 보고 속이 상해 태권도에 입문하게 됐다는 정재은은 의욕이 앞선탓인지 자주 허리통증을 호소하곤 했다.
작년 태릉선수촌에 입촌할때도 허리병이 악화돼 코칭스태프는 "여자 페더급은 금메달이 어렵다"며 아예 포기를 했었다.
두 오빠가 모두 태권도 사범인 정재은은 발라드 음악과 시집을 즐겨읽는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매트에 오르면 접근전이 전문인 패기의 처녀로 돌변한다. 취미도 `겨루기'다.
"태권도가 좋아 다른 운동은 생각지도 않아요. 내 발이 상대의 급소에 명중될 때의 쾌감, 그 어떤 것도 그 짜릿함에 비할 수가 없지요."
정재은의 태권도 예찬론이다.
[김동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