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 야구세상] '법률과 야구'의 공통점
기사입력 1998년 03월 25일 15시 22분
미국의 칼럼니스트 도널드 콜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맹비난했다.
다른 직업과 달리 변호사라는 직업은 둘이 있든 셋이 있든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즉 변호사 자신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
가령 마주 보고 있는 거리에 또다른 변호사가 사무실을 차려도 걱정없이 그 둘은 먹고 살 수 있을 거란다.
결국 변호사가 법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무궁무진하게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감이 없어서 굶어죽는 일은 변호사들의 사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법조계 일은 그렇게 무궁무진하게 `먹을 것이 생기는 직업'이란 말인가.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는 옆집 개가 너무 짖는다고 변호사를 내세우는 나라지만（요즘은 우리나라도 약간 비슷해 지는 듯하다） 가장 큰 이유는 온갖 법이 워낙 많기 때문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법, 저런 법에 적용시키다보면 이른바 `장볼 거리'가 많아 변호사들이 다 먹고 사는 길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법률가들은 `왕년의 친구'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계속 `법률'을 생산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널드 콜은 바로 그런 시스템이 프로야구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복잡한 경기의 규칙, 그것도 가끔씩 시즌별로 이번에는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고치는（우리나라 프로야구도 그렇다） 식으로 룰을 계속 재생산하는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기본적으로 법정과 야구경기는 하는 방식이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투수는 검사이고 타자는 변호사이며 그리고 포수는 판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포진해 있는 선수들은 수많은 증인이고 관객들은 소송을 한 의뢰인이라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 재판의 과정과 결정이라는 것은 최고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예측할 수 없는 점이라는 것이다.
하기는 미국처럼 배심원 제도가 있고 변호사들이 `법위의 법적 행위'를 만드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마치 미국의 프로야구가 비정한 승부를 많이 내 듯, 바로 그렇게 법정에서는 비정함이 흘러넘친다고 지적한다.
아마도 도널드 콜은 열성적 야구팬은 아닌 모양이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제발 변호사를 사는 과잉 법률 서비스를 받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프로야구처럼 비정한 승패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인들이여, 기억하라. 당신이 승소하는 그 순간에 패소하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는 분노의 눈물을 삼키고 있다는 것을, 바로 다음 차례에 당신의 것인 바로 그 눈물을 말이다.'
물론 프로에는 비정한 승패만이 있다.
그러나 도널드 콜이 놓친 것이 있다.
프로야구는 동시에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 때리는 타자라도 그 타율은 3할대이다.
결국 10번 중에 3번의 안타를 치는 셈이다.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야구 선수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