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코트 잃은 구민정 '나는 뛰고싶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25일 15시 22분
"우리를 잊은 건 아니겠죠…. 다시 뛰고 싶어요."
25일 수원시 탑동 한일전산여고 체육관.
앳된 모습의 여고선수들과 함께 배구코트를 뒹구는 3명의 `언니'들이 눈에 띄었다.
땀에 절은 그들의 유니폼 상의에는 `한일합섬'이란 글자가 또렷이 남아있었다.
구민정（25） 최광희（24） 박미경（23）.
여자 국가대표팀의 간판스타인 이들은 갈곳이 없는 무적（無籍）선수들이다.
지난해 12월 한일합섬이 경영난을 이유로 98슈퍼리그를 코앞에 두고 배구팀을 전격 해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찾아간 곳은 한일합섬의 계열학교인 한일전산여고.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한일합섬 배구팀을 인수한다고 들었는데…. 모든 게 빨리 결정돼 훈련에만 열중하고 싶어요."
구민정은 이제 주위의 안쓰러운 눈길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외출을 자제하고 고교선수들과 뒤섞여 유니폼이 흠뻑 젖도록 훈련에 열중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배구협회가 다음달 중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국가대표 청백전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해체팀 선수들을 돕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속상해요."
어려운 시절 유일한 위안이었던 배구, 국민들에게 신명을 불어넣어 주던 배구가 `동정표'를 구걸해야 하다니….
구민정은 오는 28일 배구협회가 주최하는 `해체팀 선수들과의 간담회'에 나가 그동안 묻어두었던 속내를 모두 털어놓을 작정이다.
"오는 12월에 열리는 98방콕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딸겁니다. 하지만 훈련할 장소가 없어요. 우리는 뛰고싶습니다."
[김 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