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마스터 클래스' 살아있는 칼라스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40분
오페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리아 칼라스라는 이름을 익숙하게 여길 것이다.
그 마리아 칼라스의 살아있는 모습을 한국의 관객들은 윤석화라는 배우를 통해 직접 만나보았다.('마스터 클래스'극단 여인극장 2.26~3.22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얼핏 두사람은 그리 썩 어울혀 보이지 않는다.예컨대 칼라스는 그 성량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윤석화로 연상되는 갸날픔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라스를 연기하는 윤석화가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자신에 대한 오만할 정도의 자존심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남이 감히 따를 수 없는 예술적 업적에도 불구하고,아니 바로 그러히 때문에 느껴야 했던 좌절이 때로 신경질적인 태도나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폭발된다.
이와 같은 반응은 만일 그것이 예술에 대한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드러내지 못한다면,한갓 성격파탄으로 비쳐질 것이다.
등장인물이 모두 여섯명이나 되지만 이 연극은 기본적으로 일인극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윤석화의 다소간 정형화된 억양과 거동이 유연한 연극 진행에 장애가 된다든지,다만 한두 대목에서라도 있음직한 대가다운 발성이 아쉽다.
윤석화의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었다고 해서 다른 출연자들의 몫이 작아질 수 없다.오히려 성악을 전공했으면서도 연기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조연 덕택에 극은 더욱 극 다워졌다.(류한성,이유라,조진용)
극중에도 그런 대사가 있지만 흔히 오페라 가수들에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요청하면 으레 " 나는 성악가이지 배우가 아니다" 라는 해괴한 대답을 듣곤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이들의 연기가 돋보인다.그점에서라도 주요한 음악대학이 있는 대학교 강당을 찾는 순회공연을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노영심의 출연으로 인해 객석과의 더욱 따뜻한 교감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그가 단지 클래식 반주에도 누구 못지 않는 재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던 것이 자못 아쉽지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좋은 변화가 생겨나리라 믿는다.
동시대의 세계연극을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해준 제작진의 의도와 이를 잘 살려낸 연출가 강유정에게 성공을 축하하는 박수를 보낸다.
김문환(서울대 교수,연극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