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최용수] '월드컵 16강' 의기투합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21분
"월드컵 16강, 우리가 한번 해보자."
`황새' 황선홍（30．포항）이 오랜 외도에서 돌아와 외로이 날던 `독수리' 최용수（25．상무）와 합쳤다.
`월드컵 16강' 시나리오의 화룡점정이 완성된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예상된 일이지만 팬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함께 뛴 기억이라곤 황선홍이 `와일드 카드'로 출전했던 96애틀랜타올림픽 가나전 때 뿐이지만 서로는 눈빛만 봐도 상대를 읽는다.
골잡이 특유의 정서가 `세대의 벽'을 뛰어넘어 둘을 하나로 묶고 있는 것.
둘은 차범근－최순호－김주성으로 이어져 내려온 한국축구 골게터 계보에서 각각 4, 5세대의 주자로 꼽히는 선수들.
다음달 1일의 한－일전을 위해 23일 서울 타워호텔에 소집된 둘은 자연스럽게 룸메이트가 됐다.
당초에는 따로 방배정이 돼 있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원했다.
백전노장인 황선홍이 먼저 아우에게 힘을 실어줬다.
"나는 아무 욕심이 없다. 최대한 나를 희생해 찬스를 만들테니 너는 무조건 골을 잡아라."
최용수는 "선홍이 형은 오래전부터 나의 우상이었다"면서 "감히 나를 선홍이 형과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에 부탁까지 했다.
말그대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다.
황선홍의 합류는 최용수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기폭제로 평가되고 있다.
최용수는 그동안 외로웠다. 문전 골감각은 출중했지만 그의 마크맨들을 따돌려줄만한 파트너가 없었다.
`다이너스티컵 수모'도 결국 그 탓이었다.
황선홍은 바로 그 공백을 메워줄 적임자다.
추풍낙엽처럼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폭발적인 드리블과 폭넓은 활동반경, 컴퓨터같은 위치선정이 그의 전매특허다.
만일 `허리'만 살아난다면 황선홍－최용수 콤비를 능가할 투톱 조합은 없다.
둘은 첫날 훈련이 끝나고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다짐했다.
"1일 한－일전을 월드컵 16강과 1승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김동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