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황선홍 재기뒤엔 아내 정성이…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21분
◇…꽃샘 추위를 뚫고 98아디다스 코리아컵 프로축구대회가 개막되면서 `그라운드의 전사'들이 내뿜는 축구 열기가 전국에 가득했습니다.
개막전에서 포항과 전남은 무난히 첫승을 올렸지만 지난해 전관왕（3관왕） 대우가 삼성에 덜미를 잡히는 등 첫경기부터 화끈한 승부가 펼쳐져 겨우내 축구 시즌을 기다려 온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다음달 1일 열릴 한－일전 `잠실 혈투'에 대비해 합숙에 들어가 단단히 설욕을 벼르고 있습니다.
◇…먼저 프로축구 뒷얘기부터 들어볼까요.
◇…지난주 프로축구의 가장 큰 화제는 포항 황선홍의 멋진 재기였습니다.
지난해 1년을 부상으로 허송 세월을 보낸 황선홍은 지난 21일 일화와 프로축구 개막전서 2골을 뽑아내며 전성기 때의 기량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황선홍은 이날을 대비해 지난 몇달동안 `칼'을 갈아왔다고 하더군요. 개인 훈련을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행여나 다칠세라 부상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해왔다는군요.
황선홍의 재기엔 아내 정지원씨의 숨은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일에서 황선홍이 수술받을 때 옆에서 밤을 세워 간병하고 오랜 재활 기간에도 희망을 불어넣어 주며 말없이 옆자리를 지켜준 정지원씨가 있었기에 오늘의 황선홍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전남이 개막전서 SK를 3대0으로 제압하자 이날 승리의 원동력으로 지난주 가졌던 `출정식'을 꼽더군요.
광양시의회 운영위원장 김영훈 의원이 주최한 이 출정식은 광양 근처에서 가장 터가 좋다는 배알도(拜謁島)라는 섬에서 치러졌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임금 행차시 마중을 나가 인사를 올리던 성스러운 곳이라고 합니다.
이런 성지에서 `용들의 잔치'라는 부제로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의미있는 출정식을 가졌으니 좋은 영감(靈感)과 기(氣)를 모조리 빨아들인 셈이지요.
◇…"신문선씨만 오면 진단 말이야…."
SK의 니포 감독이 MBC 신문선 해설위원과는 악연（?）이라고 하더군요. 우연의 일치지만 지금까지 신문선씨가 중계를 하는 날에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나요.
지난 21일도 신씨가 해설을 맡았고 경기 결과가 여지없이 `신문선 신드롬'과 일치했으니 니포 감독으로선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지요.
경기가 끝난 후 여수공항에서 신씨를 만난 니포 감독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상하단 말이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주위 사람들을 웃겼다고 합니다.
◇…삼성이 홈 개막전서 1대1에서 승부차기끝에 대우를 4대3으로 따돌리자,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았던 1만2천여 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구단 프런트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 허탈해 하더군요. 올해 새로 도입된 페널티킥 승부로 승점을 1밖에 챙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삼성구단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도 1시간정도 더 뛰느라 체력 소모가 많았는데 90분 경기 때보다 승점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니 승점 제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유있는 불평을 토로하더군요.
◇…월드컵 대표팀이 4월 1일 한－일전에 대비해 23일부터 합숙에 들어갔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이번 한－일전 만큼은 멋진 경기로 팬들의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습니다.
선수들 또한 "지켜봐 달라"는 짤막한 말만 남긴 채 모두 굳은 표정으로 훈련에만 열중하는 등 어느 때보다 결의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아무튼 월드컵팀이 이번 한－일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둬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지 궁금하군요.
◇…한국 축구가 아르헨티나를 당황케 했다는데 어떤 사연이죠.
◇…최근 아르헨티나 대표팀 관계자가 다음달 3일부터 유럽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한국에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한판 붙자'고 제의했답니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너무 강팀이라 평가전 상대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했습니다.
이에 `당연히 OK'를 예상했던 아르헨티나 관계자는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는군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IMF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한－일전의 중계권 협상과 입장권 판매가 지지부진하면서 초조해 하고 있고, 프로축구연맹은 중계권 협상에다 스폰서 물색 작업이 한없이 늦어져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이지요.
당초 협회는 한－일전이 빅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고 은근히 지난해 11월 1일 월드컵 최종 예선 한－일전에 이어 또 한차례 `표 파동'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발매 15분만에 매진됐던 그때와는 달리 24일 현재 입장권 판매량은 3만여장에 머물고 중계권료도 4억원（협회）과 1억5천만원（방송사） 사이에서 커다란 편차를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한편 프로 연맹의 김원동 실무부장도 오는 5월 컵대회와 7월 정규 리그의 스폰서 작업이 계속 늦어지자 "다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며 한숨만 푹푹 내쉬더군요.
[정리＝백문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