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스타] 금실좋기로 소문난 오랑우탄 부부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21분
"고슴도치도 제새끼는 예쁜 법이여."
용인 에버랜드의 동물원 우리에선 가끔씩 철문이 부서져 내릴 듯 쿵쾅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이 소동은 유달리 `잉꼬부부'로 소문난 오랑우탄 남편 `복동'이가 아내 `복란'을 애타게 찾는 소리다.
오랑우탄은 원래 야생 생태에선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미리 소리를 질러 경고까지 할 만큼 철저히 단독생활을 즐기지만, 지난 83년 결혼한 이들 부부는 유난히 튀는 `별종'이다.
나들이를 할 때면 손을 꼭 붙잡고 다니고, 어쩌다 남편 복동이가 먼저 우리를 나가면 문밖에서 복란을 기다렸다 에스코트도 한다.
장난기 있는 사육사가 이들을 떨어뜨려 놓기라도 하면 복동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문을 쾅쾅 두드리면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는 것.
최근 복동은 `홀아비 아닌 홀아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내 복란이 작년말 낳은 셋째 아들 `윌리'와 하루종일 같이 지내기 때문이다. 윌리는 엄마 품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놀기도 한다.
이것 역시 오랑우탄의 관습. 새끼들은 2∼3년간 엄마 등에서만 붙어 지낸다.
그래서 요즘 남편 복동은 멀찍이서 이들 모자가 노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가끔씩은 복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윌리를 대신 업어주기도 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