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새바람(4)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21분
사파리 한복판의 블랙파와 암컷 2마리, 이들을 쏘아보는 바우파와 킹파 그리고 암컷 5마리….
난사하는 총소리와 포성이 없을 뿐 오가는 눈길은 어떤 전쟁보다 치열했다.
특히 바우와 킹, 블랙 등 각파 보스들의 눈싸움은 상대를 녹여버릴 것 같은 `레이저 전쟁'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눈빛만으로도 쉽게 꺾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치 무림(武林)의 고수들이 마주치자마자 개싸움 하듯 엉겨붙지 않는 것과 같았다.
블랙파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신인 쌍둥이 자매인 세라와 세영이 앉아 있었다.
세라 세영 자매는 늘씬하게 뻗은 몸매와 야성의 채취를 고이 간직한 게 매력이었다.
세라와 세영은 블랙처럼 사파리를 둘러보다가 `미스 사파리' 수지와 눈이 마주쳤다.
수지 역시 세라 세영에 못지 않게 아름다워 사파리의 실력자 바우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터였다.
그동안 사파리의 여왕으로 높은 콧대를 한껏 뽐내던 수지는 새로운 미녀의 출현으로 잔뜩 긴장했다.
수컷이 세상을 지배하는 게 꿈이라면 암컷은 세상을 지배한 그 수컷의 씨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야 강한 2세를 낳아 종족을 번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우와 킹, 블랙의 신경전이 `대권'을 향한 전초전이라면 수지와 세라, 세영의 눈 흘김은 `좋은 씨'를 쟁탈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런 면에서 수컷들의 전쟁은 다분히 현실적이고, 암컷끼리의 다툼은 미래지향적인 셈이다.
미풍을 타고 진한 꽃내음이 사파리 구석구석까지 퍼졌다.
그러나 사자들은 꽃내음에 취할 여유가 없었다.
누구 하나 손톱이라도 까딱하면 화약고가 터질 듯한 긴장 때문이었다.
적막을 먼저 깬 것은 블랙이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