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10)김종서
기사입력 1998년 03월 23일 14시 49분
지금도 가끔 생각해 보는 문제지만 록을 계속하든가, 다른 장르를 시도해 보든가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우리 마음은 로커였다. 태지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같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도 우리는 메탈리카를 크게 틀어 놓고 있었다.
태지는 이런 얘기를 하면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것 하면 되잖아"라고 했다. 사실 그렇다. 태지의 `난 알아요'가 히트하지 않았다면 `하여가'같은 실험적인 작품은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1, 2집이 성공한 덕분에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플라스틱 신드롬'이나 `타락천사'같은 음악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둘다 인기를 얻으며 생활은 너무도 달라졌다. 그전까진 남는 게 시간이었는데 이젠 전화 통화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가끔 통화를 하면 "애들이 무서워서 밖에 못 나가겠어요"라는 푸념을 했다.
한번은 어렵게 둘이만 만났는데 태지가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무명시절엔 돈이 없어 먹기 힘든 음식이었지만 유명해지고 나니 더 먹으러 갈 수 없었던 만큼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내 차를 타고 방배동 언저리를 돌다가 사람이 없는 집으로 들어갔다.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둘 다 선글라스와 모자로 `중무장'을 한 상태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먹다 뒷주머니를 만져보니 지갑이 없었다. "너 돈 있니?" "아니, 왜?" "지갑을 안가져 왔는데." 주머니를 뒤져 보니 둘이 합해 1만2천원이 나왔다.
다 먹은 뒤에 알았으면 모자를 벗고 "아저씨, 저희 가순데요, 나중에 갖다 드릴게요"했겠지만 먹던 중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처음 시킨 것만 먹고 입맛을 다시며 나오는 수밖에. "유명해져 봤자네"라며 투덜대며 웃던 태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녀석의 안부를 내게 묻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나도 잘 있는지를 모른다. 이번 앨범 발매 직전 녀석이 한차례 전화를 걸어왔을 뿐. 이번 앨범에 수록된 `To H.C'에서 말했듯 나도 녀석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중 하나다.
어느새 솔로 데뷔 7년째. 나도 변하고 나의 음악도 변했다. 그러나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록이라는데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꽁초를 주워 피우며 노래를 부를 때나 지금이나 음악에 대한 열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맨 처음 나를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했던 노래, 레드 제플린의 `더 송 리메인스 더 세임'이 생각난다. 내가 불렀던 노래들도 다 똑같이 남는 것. 그동안 나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끝)
*다음호부터는 `롱다리' 개그맨 이휘재의 청춘일기를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