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공포의 해부학 시험공부
기사입력 1998년 03월 23일 14시 49분
필자 에로_에게는 `다솜'(사랑하옴의 뜻)이라는 이름의 딸 아애가 하나 있는바, 이 딸나미를 볼작시면 신체의 어느 한 주요기관(?)만 애비랑 180도 다를뿐 성격 등 다른 모든 것은 쏙 빼닮았다.
특히 데드라인에 임박해서야 뭔가를 하는 점이 영∼ 복사판이다.
에로는 원고를 미리 써 두지 못한다. 시간이 나서 하고 싶어도 이상하게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지고 저승사자같은 담당자의 독촉전화가 올 때쯤에야 컴퓨터 앞에 앉기 일쑤다.
학교때 준비물 챙기기와 시험공부도 그랬다.
그런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받은 딸나미(네미, 내미가 아닌 `나미'가 맞다).
`아빠！ 식물을 한가지 챙겨 오라는 준비물을 깜빡했어요. 아파트 화단의 꽃이라도 캐서 학교로 갖다 주세요！'다.
특히 시험공부를 미리 해 두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의과대학생 광언이가 해부학 시험을 앞 둔 전날밤 잠을 자지 못했다.
다른 과목이라면 시험지 받기전에 10분만 봐도 되는데, 이 과목은 사전에 정밀실습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해부학 시험을 망치면 안된다. 좀 늦긴 했지만….'
광언이는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병원의 한 시신 안치실로 몰래 잠입을 했다.
여자시신 한 구를 확보(?)한 뒤 공부에 들어가려 했는데 식은 땀이 이만저만 흐르는 것이 아니었다.
광언이는 공포감 때문에 시신을 팽개치고 다시 도망치려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체가 벌떡 일어나더니 광언이를 쫓아 오지 않은가.
시신은 필사적으로 달리는 광언이를 앞질러 가로막은 뒤 말했다.
"자, 내 팔 하나를 빼 줄테니 이걸로 공부해."
팔 하나를 받아든 광언이는 정신없이 도망쳤다. 그러나 시신이 그를 다시 가로 막고 이번에는 다리 하나를 빼 들었다.
"이 다리로 공부를 하려므나！"
시신의 팔과 다리를 하나씩 든 광언이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팔다리가 하나씩 없는 시신은 잘도 쫓아오고…, 다시 광언이 앞에 선 시신은 머리를 휙∼ 돌려서 뽑더니 말했다.
"이 것도 사용해."
그때 광언이는 외쳤다.
"그건 시험범위가 아녀요！！"
_공부는 낮에 미리 해 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