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낮은 볼 컨트롤에 변화구까지
기사입력 1998년 03월 19일 15시 26분
"낮은 제구력이 박찬호의 위력을 한결 더할 것이다."
LA 다저스 빌 러셀 감독（50）은 "찬호는 올시즌 훨씬 많은 병살을 유도하고 홈런 허용도 크게 줄이는 무서운 위력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언했다.
러셀 감독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박찬호의 공이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강속구가 낮게 깔리면 타자들은 그만큼 때리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삼진과 병살 유도 횟수는 크게 늘어나고 홈런 허용 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를 제1선발로까지 고려하는 등 크게 신임하고 있는 러셀 감독은 "지난 시즌 홈런이 많았던 이유는 공이 높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보여주 듯 올시즌 찬호의 제구력이 한층 낮아져 가공할 위력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찬호가 지난해 시즌 허용한 홈런은 24개로 팀내 최다이며 내셔널리그 11위였다.
박찬호가 이처럼 많은 홈런을 허용한 것은 공이 빠르다는 이유말고도 공이 높게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9이닝당 1.13개의 홈런을 허용한 박찬호도 올 시즌에는 낮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피홈런수를 96년 수준（9이닝당 0.58개）으로 줄일 각오다.
낮은 제구력은 또한 내야 땅볼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
플라이볼과 그라운드볼이 각각 절반이었던 지난 시즌 박찬호는 192이닝에서 끌어낸 병살타가 9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17이닝 동안 박찬호는 벌써 4개의 병살타를 유도했다.
지난 5일 메츠전에서 한개를 잡은데 이어 9일 메츠전에서 2개, 15일 말린스전에서 다시 한개를 보태 이 추세라면 200이닝에서 47개의 병살을 잡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병살이 많아진 이유는 역시 낮은 제구력과 함께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했기 때문.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마음대로 먹히고 공까지 낮게 깔리자 상대 타자들은 타격 타이밍을 잃고 내야 땅볼을 치는 경우가 아주 많아졌다.
삼진과 안타를 제외한 타자들의 타구 분포를 보면 외야 플라이는 12개였던 반면, 내야 땅볼은 18개로 훨씬 많았다.
병살타 유도가 투구수를 줄이는데 결정적이어서 낮게 깔리는 강속구는 올 시즌 박찬호의 보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