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쇼프로서 노인들 '웃음의 노리개' 비난
기사입력 1998년 03월 19일 15시 26분
TV 쇼프로그램이 노인을 `웃음의 노리개'로 삼아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최근 봄 개편에 따라 새로 방송되고 있는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와 SBS TV `서세원의 좋은 세상만들기'가 문제의 프로그램.
지난 15일 저녁 `슈퍼TV∼'는 한 코너를 통해 노인대학（새생활장수노인대학）을 방문해 노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방송했다. 여기서 제작진은 할아버지 할머니 4명을 쌍쌍이 등장시켜 `킹카' 운운하는 우스꽝스런 자기소개를 시키고 번호까지 부여해 미팅을 시켰다.
또 장기자랑이라는 미명하에 노인들에게 노래와 춤과 코미디까지 시키고 순위를 매기는 동안 현장리포터와 스튜디오MC는 희희낙락했다.
`서세원의 좋은세상 만들기'는 첫 방송인 7일 `고향편지'란 코너를 통해서 산간벽지의 노인들을 찾아가 카메라앞에 세워놓고는 도시로 간 자녀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한 할머니가 카메라앞에서 다리가 아파 쩔쩔 매는 걸 보고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MC들은 깔깔 대고 웃었다.
이것도 모자라 제작진은 노인들에게 즉석 CF촬영을 시키는가 하면 1주일후인 14일에는 스튜디오로 불러 `IMF'와 `UFO'를 묻는 퀴즈를 냈다. 시골의 팔순노인들이 엉뚱한 대답을 하자 그걸 보고 또 웃었다.
쇼프로가 이제는 할 게 없으니 노인까지 등장시켰다. 기획의도는 젊어지고 싶고 밝게 사는 노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자는 것이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체면도 기억력도 없어진 노인들을 카메라앞에 내세워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는 비난 밖에 남지 않았다.
쇼프로그램이 이젠 악취미를 넘어 패륜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