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서능욱 9단●강 훈 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19일 15시 26분
제2보(15∼38)＝흑 15는 지나는 길의 응수타진이다. 백이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들여다본 흑 한점의 활용도가 달라진다. 여기서 서 9단은 평범히 `가'에 이어주지 않고 백 16으로 비켜 받는다.
물론 백 `가'와 백 16의 효율성은 차후 국면의 흐름에 의해 결정될 것이지만 백 16은 이른바 프로의 반발심리다. 나중에 흑 `가'로 끊기는 약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일단 그것(백 `가'로 이음)이 상대의 주문임을 본능적으로 느낄 때 반발심리가 작용하는 것이 프로다.
그런데 서 9단은 프로 중에서도 반발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그와 대국한 기사들은 한결같이 "타협을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충돌한다"고 서 9단을 평하고 있다. 반상 위에서 만큼은 촌보의 양보가 없는 서 9단이다.
미리 밝히지만 이 판은 결국 `가'의 끊기는 맛이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만큼 백 16은 불운한 한수로 작용하게 된다. 어쨌든 23까지 평범한 초반 흐름이며 백 24와 흑 25는 맞보는 곳이다. 백 26은 하수들이 두려워하는 다가섬.
이에 흑 26으로 씌워간 수가 좋았다. 백 모양을 하변쪽에 저위로 만들려는 고압전술. 그런데 백 30 때 갑자기 흑 31, 33으로 끊어간 수가 이상했다. 국후 강 9단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수였다며 자책한 수.
결론은 [참고도 1] 흑 1로 한번더 민 뒤, 흑 3, 5로 끊는 것이 수순. 백 6으로 잇는 것은 11까지 밀리고 흑에 13의 요소를 허용해 백의 불만. 따라서 [참고도 2] 흑 1 때 백은 2로 잡는 정도이나 이땐 흑에 5까지 귀의 활용당함을 감수해야 한다.
흑 37때 백 38이 기세이자 당연한 반발.
[해설．김재구 8단]